또다시 겨울을 부르는, 그러나 이른 봄 비의 용기
비가 내렸다. 창문을 열자 비 내음이 흠씬 풍긴다. 그럴때면 기분은 촉촉과 축축 그 사이 어디쯤에 이른다. 젖어든 풍경은 짙어진 명도만큼 가라앉지만 코끝을 감싸는 신선한 습도는 꽤나 싱그럽기도 하다. 미세먼지가 가득하긴 했지만 봄처럼 따스했던 날들을 지나 오늘의 비를 기점으로 또 다시 추위가 몰려올 예정이다. 그것은 여느때의 겨울과도 같은 것이지만 아득히 지나야만 하는 긴 터널같은 추위는 아니다. 얼마나 더 견뎌야할까 지독하게 몸을 움추리는 그러한 위기는 아니다.
보다 안온한 늦겨울의 비내음은 이제 곧 닥칠 또 한 번의 추위가 결코 우리를 깊은 심연의 동굴속에서 잠들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토닥이는 듯 하다. 이제 거의 다 지나갔다고, 잘 견뎌왔다고,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결코 한 겨울 맹렬한 추위의 시련은 아닐거라고 지긋이 두근대는 심장을 눌러주는 듯한 편안한 압박감을 느낀다. 많이 힘들었겠지, 당신 그동안. 하지만,
어느새 길고 긴 겨울왕국은 지나고 생동하는 연두빛 봄의 문턱에 서 있다. 또 한 번 잘 지나왔구나. 짧게는 계절을 지나, 그렇지만 인생의 겨울 또한 지나. 고생했다. 수고했다. 그렇게 살아가겠지만 반드시 겨울은 간다.
이제 봄이 오는구나. 봄. 용기를 내어볼까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