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 같은 작품이 나오기까지
웹소설 업계는 상업판이다.
시장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퀄리티 있는 글을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출간하는 트렌드로 변하고 있는 한편, 하나의 작품을 내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거기에는 출판사와의 협업도 있고, 묵묵히 인내를 가지고 집필 및 수정, 퇴고를 거치는 나 자신과의 협업도 있다.
이번 포스팅은 여성향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 어떻게 웹소설 작가가 되는 지를 다루려고 한다. 하지만 웹소설 업계는 프로모션 등 시장의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에, 절대적인 게 아니며 개인적 경험과 의견으로 가볍게 참고만 하는 정도로 보면 좋다.
특히 이 글의 경우 현대 로맨스를 쓰는 입장에서 서술했지만, 타 여성향 장르도 이와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친다.
하나의 영감에서부터 온전한 작품이 되기까지는
크게 6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➀작품 기획, 시놉시스와 투고 분량 집필
➁투고
➂출판 계약
➃원고 집필 / 교정 및 리뷰
➄플랫폼 심사
➅출간
1. 작품 기획, 시놉시스와 투고 분량 집필.
작품이 있어야 출간을 할 수 있다.
투고는 보통 5만 자 내외의 분량을 받는다. (약 10화 내외의 분량, 출판사마다 다름)
그러기 위해 초반부를 한 번 가볍게 써보고 그 후에 구체적인 기획을 할 수도 있다. 필요하면 자료조사도 한다. 뼈대를 잡고 플롯도 짜 본다. 이 과정에는 사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작가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는 제목, 필명, 기획의도, 작품 소개, 등장인물 소개, 기승전결(또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포함한 시놉시스. 그리고 투고를 위한 원고를 준비한다.
2. 출판사 투고.
무료 연재를 하다가 출판사 컨택을 받아 계약을 하면 이 과정은 생략될 수 있다. (현대 로맨스 장르의 경우 보통 미공개 원고로 진행을 하는 편이고, 많이들 투고하는 편이다)
투고 가능한 출판사 리스트를 정리한 후,
그중에서 가고 싶은 출판사를 추려서 한꺼번에 투고 메일을 돌린다. (물론 하나씩 돌려도 되지만,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니 추천하지는 않는다. 언제 기다려...ㅎ)
이때 시놉과 원고는 각각의 파일로 보내라고 공지가 되어 있지 않는 한, 파일 하나에 같이 보낸다. 보안이 고민된다면 배포용 문서로 보내도 된다.
투고 양식의 경우,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있는 곳은 써놨던 시놉시스에서 추려서 정리하고, 없는 곳은 작성해놓았던 시놉시스를 보내면 된다.
그렇게 전송 완료하고 나면 결과가.. 바로 오지는 않고
일반적으로 확인 메일이 온다. (결과를 언제 주겠다고 하는 출판사도 있고, 긍정 시에만 답장을 주겠다는 출판사도 있다. 보통 긍정이든 반려든 상관없이 메일 주는 편)
결과를 받기까지 보통 2주~한 달 정도 걸린다.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3. 출판 계약.
속속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긍정 답변이 온 출판사에는 궁금한 건 다 물어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계약 비율, 계약기간, 선인세나 계약금 유무, 교정 횟수.
일러스트 표지인지 디자인 표지인지. 그리고 표지의 지원금액. (단행본일 경우 일러스트 표지가 가능한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보통 디자인 표지로 진행하는 편)
일러스트 표지 제작이 프로모션이 확정된 후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출판사일 경우. 출판사가 가지고 있는 일러레 슬롯으로 대체해야 하고, 따로 하고 싶은 일러레가 있다면 예약 잡기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표지가 중요한 작가라면 한 번 고민해야 할 문제다.
타이포나 디자인 표지의 경우 내부 제작인지, 외주를 맡기는지.
타이포 비용도 표지 지원금액에 포함되는 건지, 아니면 따로 지원 금액이 있는 건지.
사실 표지에 관해선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너무 깊이 들어가면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ㅠㅠ
표지 관련 문의를 했을 때 보유하고 있는 슬롯을 알려주는 출판사도 있다. (그런데 일러레 측에서 펑크가 날 가능성도 있어서, 이렇게 보험을 들어 놓아도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 그냥 모든 걸 하늘에 맡겨야 한다.)
샘플 계약서를 검토하고 독소조항이라고 느껴지는 조항일 경우, 조율을 해야 한다.
또 얼마나 원고를 수정해야 할지, 리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염두하고 있는 프로모션 방향이 있는지.(네이버, 카카오, 리디 중 1차 출간 방향)
유통사가 몇 군데 정도 있는지, 재유통사 유무(재유통사가 많으면 수수료 두 번 떼야해서 인세가 줄어듬) 등등.
출간, 어쩌면 그 이후까지 동고동락할 출판사이니 충분히 고민 후 계약하면 된다.
4. 원고 집필 / 교정.
원고를 집필한다. 그리고 담당자와 일정 상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리뷰와 교정을 거친다.
심사고로 보통 5화~10화 정도를 내기 때문에 초반부 원고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편이다.
5. 프로모션 심사.
프로모션 심사를 넣을 시기는 출판사마다 다를 것이다.
또 플랫폼 직계 출판사에 투고를 성공하거나 컨택을 받았을 경우, 프로모션 심사는 생략될 수 있다.
참고로 작가 개인 역량에 따라 프로모션 결과가 나온 후 뒷부분을 집필할 수도 있다. 상위 프로모션을 받아야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기 때문에, 하위 프로모션으로 결과가 나오면 기존 작품을 버리고 새 작품으로 다시 심사를 넣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이건 기성 작가의 경우이고 신인 작가라면 성적과 상관없이, 출간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심사결과를 기다린 후, 합격 통보를 받으면 플랫폼과 출간 날짜를 조율한다. 카카오 쪽은 바로 출간일이 나오지 않고, 기다렸다가 날짜를 받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런칭 전, 플랫폼 검수도 받아야 한다.
수위 관련해서 연락이 오면 수정을 진행해야 하니 끝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6. 두근두근 출간.
오픈 날짜나 시간이 플랫폼마다 다르다.
작가 인사 및 완결 인사를 남길 거면 미리 준비해놓을 수도 있겠다. 또 작품이 오픈되면 회차가 정상적으로 업로드되었는지, 혹시 회차가 중복으로 업로드되지 않았는지. (!!!)
눈에 띄는 오탈자는 없는지.
소제목, 작품 소개, 키워드 등이 정상적으로 등록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요즘은 작품이 정말 많다. 그래서인지 하루 이틀이면 작품의 흥행을 대략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출간까지의 과정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면 마감이 끝나도 어차피 마감이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모든 출간 작품들이 이렇게나 많은 과정과 노력을 거쳐서 나왔다.
작가는 기다리는 직업이다.
묵묵히 인내하고, 써나가야만 한다.
나는 출간의 과정을 겪고 나서부터는 그 어떤 경우에도 더더욱, 상대방의 노력을 폄하하지 않게 되었다.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결과든, 과정이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볼뿐이다.
윤츄 yoonchu
프리랜서
현대 로맨스 웹소설 작가
우울증
강박증
성인 ADHD
왼손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