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재밌을 필욘 없어.

by 박은별

20대 중반이었다.

대전 말고는 외지를 몰랐던 나에게 그때의 여자친구는 서울여행을 제안했었다.

"같이 서울 갔다 올래?"

그때의 그녀는 친구의 밴드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며칠 사귀지 않은 남자친구들 대동한 것뿐이지만,

서울이 뭔지 몰랐던 나에게는 퍽 설레는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돌아와서 지금 나는 서울에 산지 3년이 되었지만, 그때의 여행만큼 서울에 감흥이 있지는 않다.


아침에 해방촌을 걸으며 낮술을 즐거던 정취,

새벽이 되어도 꺼지지 않는 이태원의 피자집,

늦은 저녁,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손잡고 걸었던 남산타워


그때의 서울은 여행지 였어서 그랬던 걸까?

지금의 서울은 그냥 일상이다.


6시에 퇴근하면 숨 막히는 2호선,

건물들밖에 없어서 재미없는 판교역,

사람이 많은 만큼 이상한 사람도 많은 서울사람


이런 걸 몰랐기 때문에 그때의 여행지였던 서울은 좀 더 특별했던 것 같다.


근데 삶도 이와 같다.

매일의 삶이 특별할 순 없다.

새로운 경험에서 오는 특별함은, 금방 무뎌져간다.


어릴 때 나는 플스가 있으면,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불 속에 들어가서 항상 신에게 빌곤 했다.


"제발 언차티드 2를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하지만 그때 게임을 하기 위해 신에게 기도했던 나는 어디 가고, 지금은 메모리에 안 한 게임들만 버젓이 쌓여 있을 뿐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갈망한다.

하지만 막상 매일 새로운 것을 하다 보면, 세상이 금방 재미없어져 버릴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 마저, 일상이 되어버린다면 얼마나 인생이 무료할까?


그렇기에 가끔씩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살며, 무료한 삶을 감사히 여기자.


무료한 삶이 있기에 새로운 경험이 우리에게 특별 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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