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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Apr 12. 2023

말 안 하면 모른다

공무원조직의 특성 "표현의 승진정치학"

 

  과거에는 말을 안 하고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보았다. 말을 하지 않는다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유행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자신의 요구사항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말은 안 해도 상대방은 알 것이라고 오해한다. 물론 조금만 생각하면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알 수 있지만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자기 자신의 요구사항은 반드시 당사자가 이야기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승진을 위하여 사전에 이루어지는 근평의 시즌이 되었다. 4월과 10월 공무원조직은 근평으로 인하여 술렁거린다. 공무원은 승진을 하려면 근무평정과 승진심사라는 2가지 관문을 거쳐야 한다. 근무평정을 통하여 근무성적 평가를 잘 받아야만 승진대상자 서열명부에 올라갈 수 있다.


  어떤 분들은 공무원들이 월급만 잘 받으면 되지, 무슨 승진에 그렇게 연연하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공무원의 승진이라는 것은 여러 면에서 보상의 차이가 있다.

  

  첫째, 월급의 차이가 있다. 당연히 머니가 머니인 세상에 월급의 차이가 있는데 치열할 수밖에 없다.

  둘째, 진급이 늦어지면 동기라도 진급자에게 업무지시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셋째, 승진이라는 성취감을 누릴 수 있다. 공무원 조직에서는 특별하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이 않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주어지는 보상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승진은 당사자에게 크나 큰 성취감을 준다.


  근무성적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는 평소 일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 일에 대한 성과를 자신의 직속상관에게 어필을 잘해야 한다. 근무성적 평정의 잣대는 주요 업무 담당여부, 진급일자, 기타 경력이나 나이 등의  특수상황 등 세 가지이다.


  이러한 잣대라는 것이 사실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고 평가를 하는 사람의 눈으로 하는 것이 때문에 매우 협소할 수 있다. 따라서 평가를 잘 받으려면 자신을 잘 표현해야 한다.


  표현을 잘하려면 평가자와 일단 라포형성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라포형성이 되지 않은 상급자나 평가자라면 대화조차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대화의 기회가 왔을 때 자기 자신을 치밀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근무평가를 잘 받는 것이 일차관문이고 그다음 천신만고 끝에 근무평가를 잘 받아 승진대상자 서열 명부에 올라가는 것이 이차관문이고 이것을 통해서 최종 승진자가 되어야만 하는 험하고 험한 머나먼 길을 가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과도한 아부자로 조직에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일만 열심히 하고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의 개인적인 경우를 살펴보면 승진에 올인하기보다는 지식을 쌓기에 몰두하였다.


  지식을 쌓으면 전문성을 갖게 되고 전문성은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 승진도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오판이었던 것 같다.  승진하려면 승진이라는 목표에 절실하게 매달려야 한다.


  승진 안 해도 좋고, 승진하면 더 좋고요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결코 승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승진하려는 자리는 한정적이고, 그 자리를 목표로 목숨 걸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쯤에선가 나도 승진 안 해도 좋고, 승진하면 더 좋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나도 모르게 승진은 어느새 멀리 달아나, 잡을 수 없는 목표가 되었다.



이런 승진도 안 되는 공무원 인생! 도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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