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에릭슨의 인생 8단계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초등학교 때 어렸을 때부터 도덕이나 사회교과서에서 많이 나와 모두가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에릭슨 8단계에 대한 비판도 많다. 너무 틀에 맞추어 정형화했다고 비난도 받는다. 하지만 인생을 전반적으로 이렇게 자세히 설득력 있게 구분한 사람은 찾기 어렵다.
특히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나 더욱 더 잘 알고 있다. 누구나 한 번은 완벽하게 단계별로 외우려고 했지만 정말 외우기 어렵다. 나도 그렇게 외우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실패했다.
암기에 두고두고 실패했던 에릭슨의 8단계를 이번에 내 인생을 토대로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하였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단계별로 정리하여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다고 하겠다.
1단계는 신뢰감 대 불신감의 감정이다. 프로이트의 구강기에 해당된다. 출생부터 1년 6개월 사이에 아이는 점차적으로 신뢰감 혹은 불신감을 경험하게 되면서 자신이 누구를 신뢰해야 되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1단계의 덕목은 희망이다. 엄마의 포근한 품속에서 엄마에 대하여 신뢰감을 갖고 아이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 시기에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불신감을 형성하여 이는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도 대인관계에서 불신감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으며 이 시기에 신뢰감을 아이가 가질 수 있도록 부모의 보살핌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안타깝게 나의 경우 정말 가난한 집의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어머니는 집안 살림을 위하여 돈도 벌고 살림도 해야 했다. 나는 신뢰감을 얻기 위하여 엄마의 사랑을 확인해서 인지 엄마의 젖을 정말 늦게 뗐다고 한다.
이 시기에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가 양육자를 자주 바꾸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아니지만 나의 아들을 조부모가 키워주시면서 부모님과 배우자의 갈등이 매우 심하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런지 몰라도 아들은 우리 부부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아들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결코 아들을 부모님인 조부모님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맞벌이를 위하여 아이의 조부모님께 맡겼고, 조부모님은 끝없는 사랑을 주었지만, 원가정으로 돌아온 아들의 경우 속으로 많이 외로워했고 그때부터 우리 부부에 대한 불신감이 시작된 것 같다.
2단계는 자율성 대 수치심이었다. 프로이드의 항문기에 해당된다. 1년 6개월부터 3세에 해당하는 이 나이에 아동은 대소변을 가리는 자기 통제를 배울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물을 관찰하고 이를 탐색하면서 자신이 직접 어떤 행동을 시도해봄으로써 자율성을 길러나가는 시기이다.
만약 이 시기에 이런 자율성이 억압 당한다면 이는 수치심으로 나타나게 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아이가 하는 것에 대해 부모가 과잉보호나 간섭을 심하게 한다면 아이는 자율성을 얻지 못한 채 회의감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이 단계에서의 덕목은 의지력의 습득이다. 이 단계에서 부모는 아이의 자율성을 위하여 의지력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부모님과 모두 형제자매 모두 나에게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너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의지력이 약한 편이라고 생각난다. 부끄럽지만 희미하게 배변을 늦게까지 가리지 못하여 어렸을 때 손님들로부터 놀림감이 되었던 적도 있는 것으로 기억되고 그때부터 수치심이 강했다고 생각된다.
3단계는 주도성 대 죄책감이었다. 프로이드의 남근기이다. 어떠한 일을 시작하면서 주도적으로 하지 못하고 부정적 처벌을 받는든지 하면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이 시기에 이제 부모와는 조금 멀어지면서 자율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어떤 행동을 실현하면서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해내려고 한다. 특히 놀이터나 다른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교류하며 선생님이라는 부모 이외의 성인과도 새로운 접촉을 하게 된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소꿉놀이에서 자신이 다른 역할을 맡으면서 주도성을 띄는 모습을 눈에 볼 수 있으며 자신의 주장대로 무엇을 시도 해나가려 한다. 이때 부모나 선생님은 아이의 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줌으로써 아이가 자신의 주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며 끝까지 완수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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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경우에 아이가 끝까지 자신의 계획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주도성이 아닌 죄의식이 형성되게 되며, 죄책감으로 바뀌어 아이의 성인이 될 때까지 리더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단계의 덕목은 목적의식이다. 주도적으로 생활하여 아이가 목적의식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어렸을 때 유치원 교사를 하는 큰 누나를 따라 강제적으로 유치원에 다녔었다. 당시 무조건 낮에는 자야 했고 모든 것이 타율적이고 주도적인 점은 정말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큰 누나는 집과 다르게 매우 무섭게 대해 주어 나는 더욱 위축감을 느끼고 나는 항상 무슨 커다란 잘못을 했다고 생각했다.
4단계는 근면성 대 열등감이었다. 프로이드의 잠복기이다. 이 시기 아이는 정규과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면서 정규적 교육을 다른 아이들과 함께 받으면서 학교의 기본인 시험이라는 것을 치르며 자신을 평가받게 되는 시기가 오게 된다. 이는 아동의 자아성장에 있어서 결정적인 단계에 해당된다. 근면성을 갖고 학교생활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의 덕목은 유능성의 획득이다. 근면성을 갖지 못하면 열등감에 휩싸이게 되므로 근면성을 일깨워 주어 그 결과로써 유능감을 통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난생처음 겪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통해 어떤 아이는 자신감을 계속해서 획득하며 자신을 키워 나가지만 반면 또 다른 아이는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뒤떨어진다는 생각에 열등감을 가지고서 자신을 더욱 닦달하기도 한다. 아이가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며 성취감을 느끼도록 도와준다면 근면성을 발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초등학교 때 너무 가난해서 부끄럽고 열등감을 많이 느꼈다. 집안이 가난해 음식점도 하면서 나는 배달도 해야 했고 항상 창피했다. 하지만 나는 근면성을 갖고 성취감을 느낀 경험이 잠깐 있었다. 한 때 공부를 열심히 하자 성적이 올라가 칭찬을 받으면서 그때 잠시 성취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나는 몸이 약해서인지 항상 피곤하여 지속적으로 근면하게 학교공부에 따라가지 못했고 나는 집안이 좋고 잘 생기고 성적 좋은 아이들에 비해 열등감과 패배감을 많이 느꼈다. 따라서 유능성을 갖는 것은 생각도 못하였다.
5단계는 자아정체성 대 역할의 혼란이다. 프로이드기의 생식기이다. 발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도 볼 수 있는 청소년기에 속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며 '내가 과연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서 계속해서 탐구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덕목은 충성심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내가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충성감을 갖고 헌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성격, 능력, 행동 및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자아정체성을 확고히 나가지만 만약 이것을 하지 못할 경우 역할 혼란을 겪으면서 무기력과 혼란에 빠지며 부모의 바람과는 반대로 다른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시기에는 자신이 나중에 무엇이 될 건지에 대한 직업 선택의 어려움도 겪을 수 있으며, 성인이 되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인생의 목적은 뭔지 확신하지 못하면 무기력함을 겪을 수 있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드디어 나에게도 질풍노동의 시기인 사춘기가 도래하였다. 청소년기를 맞이하여 폭풍과 혼돈의 시기가 왔다. 나는 당시 방황하고 내가 누군지 오랫동안 알지 못하였다. 내가 왜 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제대로 된 역할을 찾지 못했다. 자아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성공하기 위하여 공부를 열심히 하였으나 이상하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성적이 떨어졌다. 당시에는 요령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공부를 위한 시간만 축낼 뿐이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고 큰 혼란에 빠졌다.
6단계는 친밀감대 고립감이다. 20대는 정규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의 공식적인 사회생활을 맞으며 주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시기이다. 대학생활을 하게 되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중에는 가족도 만들어서 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에서 다른 사람과의 친밀감을 쌓아 나가는 시기이다.
타인과 융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며 남녀가 성적 결합을 통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는 시기이며 이것이 만약 되지 못할 경우 타인에 대한 친밀한 과정을 점차 회피해나가게 되며 이는 결국 고립감으로 다가오면서 자신의 소외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위기를 해결해나가는 정체성을 가져야,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이 되며 계속해서 회피해 나갈 시 점점 고립감이 커질 뿐이다. 이 시기의 덕목은 사랑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친밀감을 갖고 사랑을 획득하게 해야 한다.
육 남매의 막내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나는 남둘과 친밀감을 형성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게다가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친밀감을 형성해야 하는 데 나는 그것이 더욱 더 어려웠다. 그것은 대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이어졌다. 한때 나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 항상 고립감을 느끼고 사랑에 굶주렸다. 청소년기에 이어 청년기로 들어서서도 항상 외로움에 떨고 고립감을 느꼈다. 지금도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대인관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 때가 많다.
7단계는 생산성 대 침체감이다. 중년기를 들어서면서 생산성을 향상하거나 아니면 침제감을 갖게 된다. 자신의 위치에서 가르치고 후손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의 성취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을 가지는 시기라고 한다. 또한 이 시기는 자신의 커리어에서도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시기로 과거의 청년기와 달리 돈을 벌며 자신을 사회적 위치가 점점 높아지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자 노력한다. 이를 자신의 후손에게 물려주는 부모의 희생적인 과정 또한 배우게 되는 시기라고 한다.
자신의 일이나 아이의 성공에서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을 보며 자신도 기뻐하면서 이러한 생산성을 즐거움으로 느끼며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게 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런 결실을 맺지 못하고 기쁨을 느끼지 못할 경우 침체감을 느끼며 이는 부모의 역할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되며 자신에 대한 자아 원망을 겪으며 깊은 침체감에 빠지게 된다.
이는 자신이 어른의 역할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를 점차 깎아내려가며 자신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 유무에 대한 필요성을 계속해서 상기시키지 못하며 대인관계에서 또한 빈곤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여유를 찾지 못하는 삶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이 시기의 덕목은 배려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익혀야 한다. 가족과 사회에 배려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오직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침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후배들에게 지원을 해 주고 감사를 받음으로써 만족감을 얻는 시기라고 한다. 회사사람들과 가족 외의 사람들과도 관계가 점차 생기게 되며 자신의 다음 세대인 자신의 아들이나 딸을 돌보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형성하고 이를 확장하게 된다.
현재 내가 속해 있는 중년기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학위를 여러 개 따고 자격증도 많이 취득했으나 약간 헛발질을 한 느낌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직장생활은 하고 있으나 승진 등의 문제가 제대로 안될 때 침체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공무원 초창기에는 승진도 빨라 동기 중에 가장 승진을 빨리 했으나, 어느새 동기 중에서 가장 느리게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타인들에 대한 배려하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 후배들에 대한 배려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8단계는 자아통합감과 절망감이다. 안타깝게 나의 인생도 마지막 8단계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은퇴를 한 후 자신의 배우자와 아들, 딸,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직업적인 커리어가 끝이 나는 시기이기에 자신의 성취의 결과를 오롯이 볼 수 있으며 이것을 추억하면서 회고도 하면서 지내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신체적 노화와 사회적 위치에 대한 상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절망감으로 빠져들기 가장 쉬운 시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절망감으로 빠지는 사람들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느끼는 시기이기도 하며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후회와 만족의 사이에 놓이게 된다.
만약 이 시기에 자신의 지난 인생에 대한 만족을 느끼게 된다면 자아통합으로 넘어가 자신의 긍정적인 평가들에 대해 좋은 경험으로 만족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반면 부정적이고 후회스러운 것들로 실패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절망감에 빠지기 쉬우며 이는 곧 자신에 대한 회의와 신체적 노화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자리 잡아 계속되는 마음의 병을 얻어 불행한 시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시기의 덕목은 지혜를 습득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서 생활한 결과 이제는 인생의 지혜를 얻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아직 도래하지 않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했지만 많이 미흡하고 허둥지둥했다. 나중이 되는 노년기에는 이왕이면 행복하여 만족감을 느끼고 절망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의 감정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그때를 위하여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지막 기회의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을 한번 뒤돌아 보았다. 이제 와서 살펴보니 우리 인생 그 자체가 그 시기시기마다 감정의 대립이 있었고 달성해야 할 덕목이 있었다. 인생의 단계마다 강화를 포함하는 사회적 지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내 인생의 제대로 된 멘토가 있었으면 내 인생이 좀 더 달라졌을 수도 행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정일 뿐이다.
그래도 내 인생 하루하루 눈이 부시게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은 비록 거의 다 흘러갔더라도 한창 그 위기과제와 덕목의 획득을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후배들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