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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장승진 May 13. 2023

살다가 보면 멘탈이 깨질 때가!

당직근무 중  화장실에서 몰래 우는 새내기 직원

 

출처 메탈코칭 컴퍼니


 공무원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민원처리이다. 민원인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 세상에 가장 일을 잘하는 공무원은 자신의 민원사항을 처리해 주는  공무원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능력한 공무원이라고 생각하신다. 어떤 분들은 법적용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하시는 분이 계신데, 법과 제도를 적용하기 수월한 업무사항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가다가 적용이 애매한 경우도 있고 무리한 민원처리를 요구하시고 억지를 부리시는 분의 경우도 있다.


  문제는 민원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방에게만 해당되는 민원이면 최선을 다해서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데 쌍방의 이익이 상충할 때는 해결이 불가능할 수 있다.  이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공무원들이다. 며칠 전 당직을 하던 여직원이 혹독한 민원인분의 질책전화를 듣고 화장실에 들어가 눈물을 흘리더라고 당직전담 직원분이 이야기를 해 주신다. 그래도 집에서는 귀한 가족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직업무는 원래 2개월에 한 번 정도 하게 된다. 공무원들은 평소에는 자신의 고유업무가 있고, 업무 중에 민원처리는 많아야 40%를 처리한다고 할 수 있는데 어제 같은 당직인 숙직근무 날은 본업은 제쳐두고 거의 교대로 밤을 새우면서 들어오는 100% 민원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지자체와 같은 기관은 아무래도 주민들과 함께 업무를 관련되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다양한 민원을 받게 된다. 물론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당직실에 전화하는 경우도 많고 또한 오죽하면 전화하셨을 까 하고 평소에 이해를 한다.   이렇게 밤새 민원을 제기하시는 분들 중에는 다소 민원사항을 무리하게 요구하시는 분들이 만나게 되고, 나아가서 분노에 찬 민원인들도 계시고 가끔 폭언을 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 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는 공무원사회의 남성전유물이었던 숙직이 이제는 여직원들의 급증으로 인하여 여성직원들도 숙직을 남성과 똑같이 숙직업무를 하게 되었다. 보통 지방자치단체에서 숙직은 업무가 종료 후에 그 공백을 위하여 근무하게 된다. 주민들은 각 관련부서의 궁금한 사항을 모두 당직실에 문의하고 처리를 요구하게 된다.


  행정의 계속성을 위하여 공무원들의 주간근무 후 퇴근으로 인한 행정공백을 최소 하기 위하여, 나아가 주민 불편사항이 되지 않도록 민원을 적극적이면서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제도 숙직근무를 하면서 현장민원요원 2명과 낮에도 근무했던 여직원 분 2명과 같이 숙직을 하였다. 남자와 여자가 같이 밤을 새우며 같이 밤샘근무를 한다는 것은 내가 공무원에 들어온 1980년대에는 정말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는 데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숙직근무를 같이 하게 되었다. 민원업무를 하는 입장에서 여성과 남성의 구별이 필요 없는 세상이 도래했고 우리도 국민들을 위한 봉사를 열심히 하자는 결심을 하고 야간근무를 시작했다.


   초저녁부터  불법전단지 배포단속 요청민원이 들어와서 현장에 나가 부탁하자 철수하셨다. 그다음 민원이 문제였다. 노점행위 신고가 들어와서  현장으로 나갔는데 무인으로 물건을 판매하여 노상에서 판매는 불법이며,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고 빨리 물건들을 쳐 달라고 부탁말씀드렸다 하자 알았다고 하시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런 다음. 사무실에 돌아오자 당직사무실 전화가 계속 오분마다 울렸다. 내가 물건을 쳐달라고 한 민원전화를 받고 밥을 먹다가 체했다고 나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왔는데, 계속 들으니까 화가 나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혹시 내가 실수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다음 또 다시 전화가 왔을 때 본의 아니게 듣는 분이 기분 나쁘셨다면 그것은 저의 잘못이라고 정중히 사과했다. 사과를 드렸음에도 가만 두지 않으시겠다는 이야기가 전화가 끝난 뒤에도 머리를 뱅뱅 돌았다. 나도 멘탈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사무실에서는 무단쓰레기 배포, 유기동물 처리 요청 등의 민원이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공무원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신규여직원은 마침 주차민원으로 인하여 분노에 찬 민원인의 전화를 받았고, 자기 것만 단속했으니까 나머지 주위차량에 대해서 당장 모두 불법주차 스티커를 발부하지 않으면 모든 차량을 사진을 찍어서 방송국에 엄포를 놓으시겠고 화에 찬 전화를 하셨다.  새벽 2~3시까지 주차민원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전화신 분이 사무실까지 와서 엄포를 놓으셨다.


  나는 다시 한번 모든 사람들이  화가 많은 이 세상에서 민원처리를 한 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며, 그러면서도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까 하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러다가 한번 그분들의 입장에 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다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간신히 아침이 밝았는데,  모두 피곤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하루를 힘겹지만 무사히 넘겼다는 안도감이 들 때인 아침 7시 반쯤 민원이 들어왔는데 정말 어떻게 보면 어렵고,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민원사항이었다.


   어떤 분이 출근하면서 보고 신고를 하셨는데 까치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약한 새를 공격한다는 민원이었다. 우리는 새와 관련 있는 부서에 신고내용을 통보한 다음 주간 종합민원상담실 분들께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귀가를 했다.


  당직 후 휴무로 집에 돌아와 쉬면서 우리 지역의 주민분들이 그래도 우리 공무원들을 많이 믿으시고 의지하여 여러 가지 민원을 제기하니까 다시 한번 우리가 더욱더 민원을 내시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업무도 공명정대하게 민원처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또한 까치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약한 새를 공격하는 민원의 처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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