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편안하게 안정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나이가 먹을수록 사소한 것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더욱더 소심해지고 속은 더 좁아지는 것 같다. 더 아등바등하고 불안감이 몰아칠 때가 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자아성찰이 필요함을 느끼고 그 결과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기로 했다.
이 세상 일은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다 마음대로 이루 어지 지지 않는다. 누구나 어려움이 있다. 누구의 슬픔이 누구의 기쁨이 되는 수도 있다. 계속 어긋나고 펑크도 나고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진다. 이렇게 아등바등하다가 우리 소중한 인생이 다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어이없다고 생각도 들었다.
언제나 그랬지만 요즘 며칠 동안 계속적으로 크고 작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접촉사고를 일으켜 상대방의 차도 물어주고 내차도 수리한 일이 있었다. 운전하다가 집중을 하지 못해서 벌어진 작은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만 더 주의할 것이라는 자책을 하다가 그만 신호위반을 해버렸다. 신호위반을 하고 범칙금은 언제 날아올까 하는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집에 들어오니 배우자가 아파트 하자보수 신청도 안 하고 뭐 했냐고 한다. 아파트 하자보수 기간이 어느새 지나버렸다. 나는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마주치는 직원들이 인사만 안 해도 나한테 뭔가 서운한 일이 있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랑은 대화하기 싫은 가 보다고 생각하는 오해도 생겼다. 그 직원이 나한테 약점을 보였을 때 가만두지 않겠다는 분노도 올라왔다.
사소한 일들이지만 정말 아론백의 인적적 왜곡이 나도 모르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일들도 자동적 사고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나는 안될 것이다 등의 파국주의적 사고, 흑백론적 사고, 선택적 추상화, 과도한 일반화, 과잉 확대화, 과잉 축소화를 지속적으로 생각하였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었다. 그러는 동안 우울한 마음이 찾아오기도 했다. 나이는 먹어가는 데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 조바심도 생겼다. 고통스러운 마음에 사로잡혔다.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성찰이 필요한 때였다.
어렵게 현실자각을 하니까 요즘 떠오르는 느낌이나 감정들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중년의 남성들이 겪어야만 하는 상실의 과정이면 어찌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통과의례적인 일수도 있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나의 입장인 만큼 크나큰 환경의 변화가 닥치기 전에 살짝 겪는 심리적 고통이며,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의 자각이라고 생각했다. 자동적 사고에 의해 인지적 왜곡에 빠진다면 누구든지 심리적 고통에 빠질 수 있다. 자동적 사고에 의한 비합리적인 패턴을 끊어야 한다. 따라서 있는 사실을 있는 그래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실적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동적 사고에 의하여 갖게 되는 인지적 왜곡에 대해 전체적으로 다시 재구조화하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적 사고를 끊고 비합리적 사고의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나는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나는 특별한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현실적인 사실을 깨달았으니 이제는 환경에 적응적인 사람이 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합리적인 패턴에 말린다면 아무리 우수하고 자존감이 센 사람도 무너지고 망가질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있는 상황의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