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호칭이다. 정말 친하게 지냈던 후배가 어느 날 갑자기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주다가 갑자기 "당신도 이제는 바뀌란 말이야"하는 말에 쇼크를 받았다. '건방지게 당신이라니, 이 사람이 정말 보이는 게 없구먼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사과를 받긴 했지만 그동안 어느 말에도 이제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며칠간 잠을 못 잤으며 그렇게 전전긍긍하면서 호칭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소심하고 감정적인 A형이며 ENFP인 내가 최근에 듣는 호칭에서 가장 충격적인 호칭은 '어르신'이었다.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이 하며 운동도 하고, 댄스도 하였으며 최근에는 권투 학원에 등록해서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나로서는 충격이었고 아픔이었다. '어르신'이라는 호칭을 들은 장소도 여러 가지이다!
첫 번째 장소는 카센터에서 들었다. 통통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카센터 사장은 "차를 끌고 오시느라고 수고했네요! 어르신"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아이로니컬 하게도 나와 비슷한 동년배로 보이는 사장이었다. 카센터 운영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던 나는 화제를 급하게 정리했다.
두 번째는 은행에서 들었다. 차장으로 보이는 나이 든 여성 직원분은 나에게 "어르신, 기다리느라고 고생하셨어요!"라는 말을 했다. 나는 갑자기 기분이 좋지 않아 져서 나름 소심한 복수를 위해 "여기는 나이 드신 분들도 창구에 많이 앉아서 이렇게 업무를 해 주고 계시는군요"라고 이야기했다.
세 번째, 약장사였다. 동네 골목에서 나이 드신 진짜 어르신(?)들을 모아놓고 현혹되게 바람을 잡은 다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 분명했다. 어렸을 때 많이 보았던 컵 안에 주사위를 지적하고 찾는 게임을 열심히 하고 사람들에게 시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보고 "필요 없는 어르신은 빨리 가던 길이나 가세요!"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네 번째, 최근의 학습동아리에서였다. 나는 봉사활동을 위해 미용을 배우고 있는데, 주로 여성분들이랑 함께 커트에 대해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있었다. 그 공부하는 그 순간만은 봉사라는 꿈을 위해 열정이 타오르는 젊은이 같은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남자가 나밖에 없어 남성 커트를 시범 보여주신다고 강사님이 나에게 모델을 해 주시는 게 가능하냐고 해서 나는 씩씩하게 머리를 빌려드렸다.
모델 역할이 끝나고 수고한 나에게 모두 박수갈채를 보내주었다. 사실 내가 호감을 갖고 있었던 미인풍의 젊은 주부라고 생각되시는 분이 나를 칭찬하며 박수를 치며 "수고하셨어요! 어르신"하고 환하게 따스한 미소로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고 다음부터는 그 여성분을 외면하였고 아는 체도 안 하고 있다.
다섯째, 내가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에서였다. 음식점에 나는 선불결제를 하였는데, 그날 중간정산을 위해서 장부를 달라고 했다. 내가 이름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잘 찾지 못하다가 나는 끝내 찾아내고 헛웃음이 나왔다. 장부에는 '동사무소 할아버지'라고 적혀 있는데 나는 거의 참담한 마음으로 음식점을 나오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먹을 수 있는 잔액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발령으로 인한 전출로 다시 올 수가 없다고 하고 음식점에 남은 금액으로 적선을 하였다. 어색하게 나이 드셨던 음식점 주인은 나의 기분을 아셨는지 내 눈치를 보며 감사하는 말을 했다.
남들에게 대화할 때 상대방이 가장 좋아하는 호칭을 왜 불러주지 않을까?
왜 호칭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가 하는 점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가장 내가 좋아하는 딸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딸은 처음에는 나를 달랬다! 어이없고 기본이 안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나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그러다가 요즘은 딸아이가 무슨 의도인지, 생각인지 모르지만 자꾸 웃으면서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어르신, 괜찮은 거예요?, 어르신"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호칭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려고 하는 것 같다.
맞다. 우리는 호칭이나 듣는 말에 대해서 면역을 키워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여야 행복하다. 이제는 받아들이고자 한다. 나에게, 스스로에게 외쳐본다.
"어르신, 그래도 괜찮아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