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는 안 되지만 배우자 말 따르기
배우자와 나는 중매로 만났지만 만남과 헤어짐을 겪는 등 2년여 연애를 거쳐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혼이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배우자와 성격과 사고방식이 안 맞아 날마다 좌충우돌한다.
결혼 첫날 신혼여행지에서부터 싸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싸운다. 어제는 갑자기 전라북도 순창에 혼자 농사지으시면서 살고 계시는 장모님께 휴지를 보내라고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나에게 내렸다.
다르다고 해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었다. 성장배경, 성격, 취향 모든 것이 안 맞았다. 부부끼리 오래 살면 닮는다고 하는 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전생에 원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너무나 성격이 안 맞아 다툼을 피하려 평소 늦게 들어가고 따라서 집안일을 많이 못해서 미안해하고 있던 차에 나는 어제 휴지를 보내라고 하자 일단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를 보내려는 휴지에 택배 운송비가 더해지면 더 손해인데 뭐하러 그러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하지만 시끄럽다고 완강하게 휴지를 보내야 된다고 강력하게 말해서 할 수 없이 오늘 연말이 되어 매우 바쁨에도 불구하고 오전에 우체국에 가서 시골에 계신 장모님께 휴지를 택배를 보냈다.
우체국에 도착한 나는 우편 박스 5L짜리 가장 큰 것을 골라 두루마리 휴지를 담기 시작했다. 담으면서도 짜증이 났다. '에이 이 멍청이 같은 배우자 때문에 내가 고생하네, 아휴 내 팔자야! 하면서 혼자서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해가 안 되었다. 장모님이 계신 시골 주소를 수령지를 하면 요즘 쿠팡이니, 지마켓이니 필요한 것이 있으며 신속하게 도달하는 데 도대체 멍청하기가 이를 때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번에는 여름에 소고기를 보내라고 하지 않나, 과일을 보내라고 하지 않나 내가 생각했던 대로 택배가 도착할 때쯤에 음식은 거의 상해 있었고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보내더니 이제는 휴지까지 보내라고 하니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사위의 입장과 딸의 입장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내를 이해하기로 했다. 아하 마음은 멀리 있어도 항상 엄마를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나를 낳으신 엄마가 시골에서 혼자 살고 계신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 같다.
칠 남매의 딸 중 막내로 자란 배우자는 장인어른께서 농사를 지으셨지만 돈을 벌지 못하셨고 집안이 어려울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때 학교 준비물을 사게 돈을 달라고 하면 장모님은 딸에게 외상으로 학용품을 사게 하거나 계란 같은 것을 주고 학용품을 샀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장모님은 딸에게 속옷이나 팬티를 사준 적도 없다고 한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의 경우 정말 가난했지만 먹는 것은 풍족한 편이었다. 배우자처럼 같이 우리 집도 가난했지만 나같이 서울에 태어난 친구들은 그래도 꽃다발을 받고 중국집에 가서 온 가족이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배우자의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을 보니 꽃다발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 나는 서울쥐라고 생각했고 배우자를 시골쥐라고 생각했다.
한 번은 배우자가 딸에게 "에이 서울에서 네 아빠 같은 거지를 만나서 인생 망쳤다!"라고 하자
딸은 "엄마는 순창 시골에서 올라온 거지 잖아! 거지끼리 잘 만났지 뭐! "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와이프가 그렇게 성격이 강해진 데에는 어렸을 때 성장배경이 좌우를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측은지심이 들고 나도 모르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었다.
성격이 안 맞는 배우자랑 사니 장점도 많다. 배우자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니 남보다 더 열심히 살게 된 것 같다. 소크라테스도 배우자 덕분에 철학자가 되었다고 한다.
나도 배우자 덕분에 심리상담가가 되었으니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해하기 시작해도 같이 생활하는 것이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