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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진 Oct 06. 2024

이 곳에서 노을과 함께 춤을

축제가 뭐 따로 있나

지역 축제가 한창이다. 20분 거리에서 양양 연어축제가 열린다기에 검색해보니 연어 수급 부족으로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되었단다. 꼭 가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뭔지 모를 분한 마음이 든다.


네이버 검색창에 ‘축제 일정‘을 검색한다. 축제에 꽂혀서 어디라도 가야할 것 같고 안가면 왠지 손해 보는 것만 같다. 가까운 지역 중에서 갈만한 데가 있나 찾아본다. 정선으로 아리랑을 보러갈까. 횡성으로 한우를 먹으러 갈까. 그런데 뭔가 좀 아쉬운 것 같다. 안동 탈춤 페스티벌? 임실 치즈축제?

워워 정신 차리자. 아반떼 사려다 롤스로이스 산다고. 하다 하다 경상도, 전라도까지 뒤지고 있는 찾는 나 자신을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만다. 근처 바다에 갔다가 해지기 전 집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막상 차를 타고 달리다 보니 변덕이 난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결국 뭐라도 주워 먹을게 없나 연어축제 장소를 들러본다. 하지만 남들 다 연어 낚시를 하는 곳에서 연어를 안 잡으면 뭘 하겠다는건가. 한시간을 뺑뺑 돌아 다시 바다로 향한다.


원래 가기로 한 바닷가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다 되어간다. 허겁지겁 늦은 점심을 먹으며 그제야 알아차린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곳, 이미 가진 것은 내 몰라라 하고 매번 어디 다른 곳, 색다른 걸 찾는 나를.


니체는 외쳤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사에 감사하라고.

그래 제발 좀 그러자는 생각을 하며 반려인들과 반려견들과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설악산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우리 집은 해 질 때가 예술이다. 오후 서너시부터 해 넘어갈 때까지가 가장 예쁜 시간대다. 종일 돌아다닌 것이 무색하게 ‘역시 집이 최고야‘ 그런다. 돌고 돌아온 집 앞 마당에서 파랑새를 찾은 기분이 든다.


널뛰는 생각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고, 삐뚤빼뚤 심술궂은 마음을 반듯하게 다려주는 마법같은 해질 녘. 딸 아이 말마따나 르누아르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하늘이다. 평상 위에 올라가 노을과 함께 춤을 춘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곳에서,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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