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생각을 끊는 법

불가근불가원

by 정민

예전에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게 멀리 있지는 않지만, 가족이 있고 책임이 커질수록 죽음으로부터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늘 곁에서 누군가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마치 진행형 생각의 방과도 같다.


어렸을 때의 죽음은 단순히 리셋을 뜻하는 것 같았다.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있을 때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10대 때는 삶의 큰 변화를 추구하며 재미를 찾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좋은 방향이 아니었다. 변화에서 오는 도파민보다는 현재 상태를 꾸준히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 즉 만족지연의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진다.

물론 지속 가능한 상승이 최선이지만, 삶의 변동성은 단순히 크기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꾸준히 쌓아 올려 상승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죽음이란 결국 그 변동성을 크게 보며 자신의 바닥을 확인한 후 다시 올라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상황인 것이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특이점이 생기는데, 그때 죽음은 마치 살아있는 세포처럼 가까워지거나 멀어진다. 너무 멀리 있으면 자만하게 되고, 너무 가까이 있으면 삶에 대한 어두운 마음이 나의 추진에 방해가 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죽음이라는 존재는 가끔 나를 바닥이라고 인지하게 해 준다. 바닥이란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일어날 힘도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때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가 중요하다. 안티프래질의 관점에서 이 바닥이란 개념은 최저의 상태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이후의 모든 행동이 이보다 나빠지기 어렵기 때문에 달리 생각해 보면 모든 시도가 가능해진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리적 행복과 인생의 상승을 위해, 왜 바닥에 도달했는지 복기하고 그것을 피하는 방법을 스스로에게 제시하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야 된다.

하방을 찾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계속 바닥만 쫓다 보면 우울감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중요하다. "그때 나는 어떻게 했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자신을 돌아보며 현실과 비교할 때, 특히 몇 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내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과거보다 현재가 좋지 않다면 사람이든, 장소든, 생각이든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

자주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새로운 바닥을 잡고 성장해 나가는 데 핵심이 된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남들과의 비교다.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옳은 방향이 될 수 없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해도,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해도 좋을 것이 없다. 각자의 삶의 방식이 다른데 정량적인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약점이 여기서 드러나는데, 잘한 것은 잊어버리고 약점만 부각되며, 자존감을 잃고 남의 행복에 자신의 불행을 키워가게 된다.

SNS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행동들이 자신의 성장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노력의 동기가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감이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평생 끌려다니는 인생이 될 수밖에 없고, 그때 죽음을 찾는 강도는 강해지고 빈도는 높아진다.


죽음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수도 있고,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통해 나의 삶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의 강도와 빈도에 따라 나의 마음가짐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마음이 커질 수 있기에, 미워해서도, 너무 가까이해서도 안 된다. 모든 것이 서로의 중심에서 균형을 이루며,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지켜보지도 않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가운데, 죽음이라는 존재를 애완 돌처럼 곁에 두는 것.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끊어낼 수 있을 때 끊어내고, 다시 필요하다면 가깝지 않게 저 뒤에 두고 앞을 달려 나가는 지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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