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도 그런 회사를 하시잖아요. 저분들과 다르잖아요."
"나는 그렇지. 그래서 더 이상 그분들과 같이하지 않는 거야."
부진이 형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마치 고요한 호수의 수면처럼 잔잔하면서도, 그 아래 깊은 곳에는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가라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순수한 호기심에서 발생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내 안에서 점점 더 큰 의문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어제 만났던 그분들과 형은 정말 달랐다. 마치 같은 하늘을 바라보지만 전혀 다른 별자리를 그리는 사람들처럼 그랬지만, 형과 함께 있을 때는 주식이라는 것이 마치 정교한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무언가로 느껴졌다. 뭔가 전문적이고, 뭔가 대단해 보였으며, 단순한 도박이 아닌 하나의 학문처럼 여겨졌다.
수년간 그림자처럼 나의 형을 따라다니며 그를 이해하려고 했던 많은 밤들이 있었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로직들이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가, 때로는 기적처럼 하나로 뭉쳐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같은 결론이 있었다.
결국 이 주가가 오를 때, 누가 이익을 보느냐는 것이었다. 이때, 이 주식을 가장 많이 갖고 있거나, 많이 갖게 될 사람이 주가의 상승을 간절히 원하게 될 때만, 이 주가는 마치 봄비에 젖은 새싹처럼 힘차게 상승한다는 이론이었다.
주가가 아무리 하늘을 찌를 듯 상승하고 있어도, 대주주가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주가는 반드시 추락할 만한 요인이 어디선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나타난다는 뜻이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조종하는 것처럼. 반대로 생각하면, 실적이 아무리 화려한 불꽃처럼 좋아도, 주가가 꿈쩍도 않고 제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이유를 우리가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대주주의 의지가 강력한 중력처럼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형은 생각했다.
"실적이 좋은 회사는 손님이 많아. 난 이런 회사를 원하지 않아."
형의 말은 언제나 역설 같았다. 누구나 실적 좋은 회사를 원하는데, 형은 그것을 마치 뜨거운 감자처럼 피했다.
"주목받는 회사는, 그렇지 않을 때, 남들보다 빨리 팔고 나가야만 해." "특히 이런 회사들은,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아. 조금만 흔들려도 하락할 때 많이 흔들리지."
결과는 자꾸만 그 말들을 옳다고 증명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결과는 자꾸 옳게 가는 이 상황을 나는 수년간 해석하지 못했다. 마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채로 같은 곳만 맴도는 기분이었다. 부진이 형의 리더십 아래 나의 계좌는 점차 살이 붙어 성장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여전히 안갯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이 회사는 어때요?"
"괜찮아, 그런데 나라면 안 살 것 같아."
"왜요?" "언제 이 주식이 오를지 모르겠어."
"원래 가격은 언제 오르는지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그건 그래."
형의 대답은 언제나 물처럼 흘러가 버렸다. 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항상 정답은 없었고, 이상하게 내가 스스로 고른 회사들은 충분히 바닥을 쳤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그 뒤로도 마치 지하로 뚫고 들어가듯 수십 퍼센트가 더 하락했다. 반면 형이 골라준 주식은, 단시간에 로켓처럼 수십 퍼센트가 상승했다.
나는 가끔 부진이 형이 말하는 세력의 존재에 대해 믿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유령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고, 여전히 그 존재에 대해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력이라는 것은, 결국 가격 조성자라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대주주가 될 수 있고, 메자닌 투자자가 될 수 있고, 개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까 이것이 고정된 상수가 아니라 변하는 변수라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이 투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잘 모르지만 고집이 있어서, 이 원리에 대한 것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주가를 올리고 싶어 하는 목적과 의지가 있어야만, 주가는 상승하는 것이라는 형의 이론은 지금도 나의 투자 철학에서 한 축을 단단히 담당하고 있었다.
매일 꽃같이 아름다운 날만 가득하던 어느 봄날이었다. 벚꽃이 하얗게 눈처럼 흩날리고, 모든 것이 희망으로 가득 찬 그런 날.
"오늘은 이 회사를 사자."
"네."
딱히 이유를 묻지 않았던 것은, 내가 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었고, 형도 분명 이유가 있으시니까 사겠다고 하셨을 테니, 그것을 내 기준에서 이해하려고 애써왔었기 때문이었다.
실적은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특별한 메자닌 투자자도 없었고, 대주주 지분도 바람 앞의 촛불처럼 낮은 이 회사. 마치 모든 조건이 나쁜 쪽으로만 정렬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만 원이던 주가는 마치 추락하는 유성처럼 이내 곧 7천 원이 되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3천 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하락해서 추가 매수를 고민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형에게 물어보기도 싫었고, 혼자서 어떻게 대비를 세워야 할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다.
형을 만나고 수년간 나의 매매 패턴은 손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락하면 샀고, 더 하락하면 더 샀다. 초기 투자금 대비 16배까지 투입시키고, 어떻게 해서든 벌어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짙은 안갯속에 혼자 던져진 기분이었다.
싸져서 좋은 건가? 이유도 모르는데? 이유는 찾지 말라고 형이 누누이 말씀하셨다.
어차피 사람은 이유를 찾는 병에 걸려서, 그러면 나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기만 할 뿐이라고 형은 이야기해 줬다. 마치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듯 단호하게. 그래도 너무 궁금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회사였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도 없었고, 그냥 실적이 안 좋아서였다.
그런데 실적은 계속 안 좋았는데 말이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 같았다. 보통 이럴 때는 차분히 기다리라고 했고, 그리고 다시 오르려고 할 때 두세 배의 자금을 더 투입시켰었다. 그리고, 다시 사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 때였다.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더니, 이내 폭포수 같은 큰 거래량을 동반한 반등이 시작되었다.
나도 적당히 사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데...
순간의 실수였다.
실수로 0을 더 붙여버렸다.
200주를 산다고 한 것이 실수로 20000주를 사버리게 되었다.
순간 너무 놀란 나머지,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오금이 저려 갑자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그 순간, 계좌의 평단가가 지금 산 가격으로 바뀌었고, 수십 퍼센트가 하락해 있던 주식이 갑자기 마법처럼 수익으로 전환되어 수익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숫자들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는 모습이 마치 꿈만 같았다.
오르는 과정에서 실수해서 망정이지, 떨어졌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앞뒤가 깜깜했다. 마치 절벽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모든 주식을 내다 팔고 살아 나왔다.
노트북을 덮었는데, 다시 열기가 무서웠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느껴졌다. 집 밖으로 나와서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이면서 생각했다. 연기가 하얗게 피어오르며 밤하늘로 사라져 갔다.
내가 이런 실수를 앞으로 안 할 거라는 보장이 있을까. 그리고 만약 이렇게 행운으로 살아 나왔다면, 인생에 한 번쯤은 이렇게 죽어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마치 러시안룰렛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만약 오늘 이렇게 살아 나오지 못하고, 정량적으로 사다가 결국 주가가 -99%에 도달해 버리면... 그럼 나는 점점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투자자가 아닌가. 지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차가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겨울바람이 등을 치고 지나가는 것처럼 등골이 서늘해졌다.
한동안 매매를 할 수 없었다.
컴퓨터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흘렀다.
부진이 형에게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들었다.
"그거? 진작 손절했지~"
"네?... 형은 손절 안 하시잖아요."
"필요 없으면 팔아야지."
아차 싶었다.
아무런 목적 없이, 맹목적으로 사는 사람의 말로가 갑자기 그려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