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시
문고리
엄동설한 우물가에서 세수하고
문고리를 잡으면
쩍쩍 달라붙는 삶.
동지섣달, 짐승 같은 욕망을
의무처럼 받아들이기 위해
문고리는 놋쇠 숟가락으로
인기척을 밀쳐낸다.
창틀과 창살 사이에 쌓인 먼지
정 떨어지기 전에 닦아두면
햇살이 스며들어
살 속 깊이 파고들고.
금욕을 어기며 끝내 외면 못 한
나의 애모(愛慕).
세 해 터울,
열 달마다
무명베로 다시 열었던 문고리
출산의 고통을 덜어주며.
평생 갚지 못할
빛으로 남은 사랑.
오늘도 밥상 앞에 홀로 앉으면
문고리에 말라붙은 추억 하나
숭늉 속에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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