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古木)

마음의 산책: 시

by 하태수 시 수필

고목(古木)

어머님의 겨드랑 아래

삐죽이 새어 나온 못다 핀 몽우리 하나
온 목이 간들간들 애처롭구나.

들꽃 핀 고향 언덕배기에
늘 축 처진 어머님 겨드랑이는
사계절 비바람 휘몰아쳐도 꿋하게 버티어

섰구나.

아랫마을 아주머니 물동이이고 지나가도
치마폭 고쟁이 한번 거들떠보지 않고
윗마을 멍멍이가 다리 하나 들고 가도
꾸중 한번 안 하시고

사시사철 멍든 몸
시름 소리 단 한번 없고
어느 날 신작로에 중절모 쓰신 양반
모시려고 아무리 꼬드겨도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자기 마당 살아가네.

봄 님 따라 바람님 와서
님이여 님이시여

허전하고 외로우면 저하고 동행하자 해도
말없이 고개만 저을 뿐
잠시 바람님께옵서
쉬었다 가라 하네

언덕배기 님 마음 알고파서
님 몸 쏙 들어가 응석 부려 귀에 대고
어째 이래 한 백 년 말 한마디 없소 하니

님 살아생전 쉼 하다 가시옵고
저 겨드랑이 저 몽우리 보시옵고
한잎 두잎 떨어지면
천년만년 변함없이 찾아오라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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