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아래 묵은 그리움

마음의 산책: 시

by 하태수 시문학

노을 아래 묵은 그리움



바람이 머물다 간 저녁녘

달빛이 지붕 위로 조용히 내려앉으면

젊은 날 가난했던 내 그림자

말없이 삼켰던 눈물이

문득, 뺨을 타고 흐른다


늦은 밤이면

가슴속 상념들을

바느질하듯 한 땀 한 땀 꿰매어

무명 이불처럼 덮어놓고


세월에 닳은 이 몸 하나

삶의 골짜기를 더듬다가

아궁이 속 정열 하나

숯덩이 되어 눌어붙고

그 위에

노을 하나 조용히 걸터앉는다


무늬만 남은 세월,

헛된 날갯짓

바람결에 흩날리면

희끗한 눈썹 한 올 뽑아

묵은 그리움에 조용히 내려놓는다


이제 많이 남지 않은 여정,

마음 한켠 씻어내고

세상 이치 모르는

바보가 되어

묵은 속정 하나

따뜻한 불씨로 다시 지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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