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시
바람이 머물다 간 저녁녘
달빛이 지붕 위로 조용히 내려앉으면
젊은 날 가난했던 내 그림자
말없이 삼켰던 눈물이
문득, 뺨을 타고 흐른다
늦은 밤이면
가슴속 상념들을
바느질하듯 한 땀 한 땀 꿰매어
무명 이불처럼 덮어놓고
세월에 닳은 이 몸 하나
삶의 골짜기를 더듬다가
아궁이 속 정열 하나
숯덩이 되어 눌어붙고
그 위에
노을 하나 조용히 걸터앉는다
무늬만 남은 세월,
헛된 날갯짓
바람결에 흩날리면
희끗한 눈썹 한 올 뽑아
묵은 그리움에 조용히 내려놓는다
이제 많이 남지 않은 여정,
마음 한켠 씻어내고
세상 이치 모르는
바보가 되어
묵은 속정 하나
따뜻한 불씨로 다시 지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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