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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밭에서, 한 여인과의 입맞춤

4부:[생과사.사회적 제언] (수필)

by 하태수

고추밭에서, 한 여인과의 입맞춤



해마다 여름이면, 시골 고추밭은

전쟁터 가 된다.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요, 더위는 사정없이 내리 꽂

히고, 그 속에서 허리 굽힌 할머니들의

땀은 고추보다도 붉다.


밭은 한두 마지기 수준이 아니다.

많게는8마지기, 3천 평 가까운 밭에서

고추농사를 짓는다. 새벽 5시, 봉고차

로 도시 아파트 단지들을 돌며 어르신

들을 태워 온다.주로 할머니들. 70대는

기본이고, 80이


넘은 분도 종종 있다. 하루 품삯 10만원

에, 새참 막걸리 한 잔, 빵 한 조각,

쮸쮸바 하나. 돈이 급해 나온다기보다는,

몸이 허락하는 한 누군가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는 그 자존심이 그들을 밭으로

이끈다


밭일은 쉽지 않다. 검정 비닐멀칭 위의

고추밭은 지옥처럼 덥다. 비닐 밑 흙 온도

가 40도가 넘고, 숨 쉬기도 버겁다. 오후

두 시만 돼도 이마의 땀은 폭포수고, 누가

먼저 쓰러 질까 조마조마하다.


그래도 할머니들은 잘 안 쉰다. 자식들

눈치, 남들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 싫어

서다. 그 와중에도 웃음은 있다. 시골 할

머니들은 일머리가 있어서, 중간에 슬쩍


그늘로 빠져 농땡이도 좀 피우고, 막걸리

한 모금에 옛 노래 한 가락 부르며 고된

하루를 달랜다.


반면 도시에서 온 할머니들은 첫날엔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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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늦게 피는 꽃이 더 향기롭듯, 이제야 삶의 향기를 글로 피워냅니다. 경주에서 태어나 단양과 서울을 오가며 시와 수필 써내리며, 한 줄 문장에 세월의 결을 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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