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찌찌값 청구서

by 하태수 시 수필

찌찌값 청구서


그해 봄, 날씨도 좋고 보리도 쑥쑥 올라

오던 철이었습니다. 마누라가 밭에 다녀]

온다고 시내 장에 따라나섰다가,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자꾸만 멀어지는 겁니다


“야, 늙은 것아, 왜 이렇게 늦게 따라오니?”

하니까, 마누라가 숨을 몰아쉬면서 한 마디

하대요. “속이 답답하고 숨이 차서 빨리

못걷겠어요…”


얼굴을 빤히 쳐다봤더니, 글쎄, 색이

누렇다 못해 꼭 병아리 간장 찍어놓은

것처럼 노란 거 있죠. 농사꾼 눈에는

풀떼기든 사람 얼굴이든, 이상하면

바로 티가 납니다


‘이거 속이 단단히 상했구나’ 싶어서

시내병원으로 데리고 갔지요. 젊은 내과

과장이라는 양반이 뭐 라카냐면,“역류성

식도염 이니 약 한 달치 먹이면 됩니다”

하더이다


그래서 약을 꼬박꼬박 먹였지요. 근데

이게 웬걸요. 낫기는커녕 며칠 뒤엔

밭두렁에 쭈그려 앉아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겁니다


“이 노인네, 이러다가 진짜 퍼지는 거

아냐 ?”그때부터 가슴이 콕콕 쑤셔왔

습니다. 마누라는 또 멀쩡한 척 농사일

을 계속하길래 ‘그냥 또 아픈 척 하나

보다’ 싶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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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늦게 피는 꽃일수록 향이 깊듯, 삶의 시간을 글로 피워냅니다. 경주에서 태어나 단양과 서울을 오가며 시와 수필을 쓰고, 한 줄 문장에 세월의 결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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