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수필
제목:늙어도 작가다
저는 올해로 78세를 맞았습니다. 나이
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나이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는 하나의 기적 이자 감사한 일
입니다. 처음 브런치를 만났을 때 저는
글쓰기가 이렇게 깊은 길이 될 줄 몰랐
습니다.
주변에서 “선생님도 글을 써 보세요”
하여 용기를 내어 몇 편의 시와 수필을
올렸지만, 결과는 번번이 거절 이
었습니다.
이메일로 “모시지 못하겠다”는 답변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무너 졌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다시 글을
쓰고 싶은 오기 가 솟아났습니다. 글은
저를 좌절시키면서도 다시 일으켜 세우
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실패를 지나, 어느 날
부터는 제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
했습니다.
젊은 날의 고단한 노동, 부모님과 가족
의 기억, 사회 속에서 부대 끼며 배운
철학. 그것들은 책 속에서 빌려온 지식
이 아니라 오직 제 몸과 마음에 새겨진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작가 란 거창한
이론으로 무장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의 언어를 자기 만의 목소리로 기록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또한 뒤늦게 저는 정규 4년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창작을 체계 적으로
배우고 싶었고, 글을 쓰려면 공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치매 예방입니다.
매일 원고를 붙잡고 씨름하다 보면 머리
가 환히 깨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인생의
고단함도, 나이의 무게도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씁니다.
시로, 수필로, 잡글로 때로는 짧은
에세이로. 브런치는 제게 단순한 글
쓰기 공간이 아니라 삶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10년 을 버텨온 이 플랫폼 위에서 저는
뒤늦게 피어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작가의 길은 외롭지만, 그 길 끝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과 만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제 글을 읽고 “마치 내 이야기
같다”는 말을 들을 때, 저는 다시 힘을
얻습니다. 작가의 꿈은 결코 젊은 사람
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많다고
길이 막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세월이 남긴 상처와 기쁨이야
말로 글의 깊은 뿌리가 됩니다. 브런치
10주년을 맞아 저는 다시 한번 다짐
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끝까지 글을
쓰겠다고. 그것이 제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고, 제가 후세에 남길 수 있는
작은 발자취라 믿기 때문입니다.
"나이보다 꿈이 먼저다. 작가는 끝내
쓰는 사람이다"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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