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

by 정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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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어떤 책을 함께 읽어볼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김애란 작가의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작가는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관한 질문에 “빛과 거짓말 그리고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고 답했는데요. 그 말대로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서는 빛과 거짓말, 그림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 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고등학교 2학년생인 세 아이가 몇 가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서로를 의식하게 된 후 서서히 가까워지며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제목이 재미있으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고등학교 2학년생인 세 아이가 등장한다고 하니, 셋 중에 거짓말을 한 아이를 찾아내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요.

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을 가리키는데요. 담임은 새 학기가 시작되어 교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이렇게 제안합니다. “다섯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하면 되는데,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말이 들어가야 해”라고요. 아이들은 게임의 법칙대로 자기소개에 거짓말과 비밀을 섞어 말하며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그렇게 한 교실에서 한 해를 보내던 세 아이는 각자의 슬픔을 치열하게 견뎌내는 와중에 서로의 비밀을 엿보게 되는데요. 작가는 이 일에 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해 우리 셋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고 처음으로 가까워졌다. 그건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뜻이었다.”


3.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돕는다”는 표현이 무척 문학적으로 들리는데요. 한편으로는 세 아이의 이야기가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세 아이의 거짓말과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세 아이에게는 공교롭게도 공통점이 있는데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게, 가슴속에 슬픔을 지닌 채 자신과 가족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지요. 지우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 도마뱀 용식과 살고 있고요. 소리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지우를 챙겨 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지우가 독립 자금 마련을 위해 노동 현장으로 떠나게 되자 소리는 도마뱀인 용식을 맡아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채운은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족이 해체된 후, 강아지 뭉치와 함께 있다 소리를 만나게 되고요. 채운은 자신이 겪은 비극적인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것만 같은 지우를 지켜보게 됩니다.


4. 가슴속에 슬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세 아이의 이야기라고 하니 마음이 먹먹해지는데요. 앞서 이 소설은 “빛과 거짓말, 그림에 관한 이야기”라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우와 소리, 채운의 이야기에서 빛과 거짓말, 그림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그림은 세 아이의 마음을 표현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그러면서도 그림에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지우는 우연히 보게 된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하고는 동의하지요. “미술은 자기 정화 효과가 있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제를 설명해주지만 쉽게 고통을 덜어주지는 않는다.” 지우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은 없지만, 한 플랫폼에 웹툰을 그려서 올리며 작은 기쁨을 누립니다. 그림을 배우고 있지만, 자신에게 재능이 없음을 느낀 소리는 지우에게 줄 선물로 그림을 그리며 그림 그리기의 기쁨을 다시금 느끼고요. 지우의 웹툰을 우연히 보게 된 채운은 지우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것만 같아 지우의 작품을 예의 주시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빛은 희망으로, 거짓말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5. 얼핏 세 아이의 슬픔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말씀을 듣다 보니 세 아이를 기다리는 건 빛, 그러니까 희망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우, 소리, 채운이 각자의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서로 보듬어주며 성장해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네요.

네. 소설 말미에서는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게임의 목적에 대해 말합니다. “이 게임의 목적은 얼핏 ‘거짓말 가려내기’ 같지만 실제로 이 게임에서 중요한 건 ‘누구나 들어도 좋을’ ‘아무에게나 말해도 되는’ 진실만 말하는 거였다. 누구도 초면에 무거운 비밀을 털어놓지는 않으니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걸 어린 지우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하게도 세 아이는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고요. 그러면서도 서로를 피하지 않고 보듬게 됩니다. 그것은 슬픔을 홀로 견디며 성장하는 아이들만이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이자 용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6.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추운 겨울 눈을 맞으며 길게 뻗어 있는 나무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세 아이가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더 단단한 나무로 성장하길 바라게 되네요.

작가도 같은 마음으로 이 소설을 마무리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가 세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자,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지닌 속성에 관한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소개를 갈음할까 합니다. “지우는 숱한 시행착오 끝에 자신이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는 이야기, 그래도 괜찮음을 알려주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떠나기, 변하기, 돌아오기, 그리고 그사이 벌어지는 여러 성장들. 하지만 실제의 우리는 그냥 돌아갈 뿐이라고, 그러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당시 자기 안에 무언가가 미세히 변했음을 깨닫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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