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by 정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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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어떤 책을 만나볼까요?

오늘은 그림책을 준비했는데요. 제목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입니다.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대학 출판사 표지 디자이너인 찰리 매커시이고요. 인터넷서점의 소개 글이 이 책을 가장 설명하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어린 왕자』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우화를 바탕에 둔 삶의 에피그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린 왕자’가 소혹성 B612로 떠나기 전 새롭게 만난 벗들과 대화를 주고받는다면 이런 모습일 것입니다." 제목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모험 중에 나누는 이들의 대화는 고단한 인생길에 필요한 따뜻한 위로의 말이 되어 독자에게 가 닿습니다.


2. 말씀을 듣고 상상해보니, 모험 중인 소년이 두더지와 여우와 말 등 새롭게 만난 벗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책에 담겨 있을 것 같은데요. 대화 내용은 고단한 인생길에 따뜻한 위로가 되는 말들일 것 같고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대학 출판부 표지 디자이너인 작가가 이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작가 찰리 매커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시민일 텐데요. 그 역시 우리처럼 친구들과 일상에서 삶에 관해 대화를 나누곤 했고, 그걸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해요. 그러다 어느 날 친구와 '용기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동안 했던 가장 용감한 일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가장 힘든 시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야말로 가장 용기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그걸 그림으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려둔 채 잊고 지냈다고 하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이 그림을 우리가 사용해도 되는지' 묻는 메일이 쇄도했답니다. 중증장애를 치료하는 병원, 청소년 학교, 군대 내 외상후스트레스 치료센터 등에서 온 요청이었지요. 그렇게 그는 말 그대로 일약 스타가 되었고, 친구들과의 대화를 담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내자마자 많은 이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3. 평소에 친구와 주고받던 대화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책까지 내게 된 이력이 독특하네요. 누구나처럼 평범한 소시민으로 회사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숨은 실력자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네. 저도 읽으면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작가는 이 책은 여덟 살이든 여든 살이든 누구라도 읽을 수 있다고 말해요. 더불어 자신 또한 때로는 여덟 살이기도 때로는 여든 살이기도 하다고 말하죠. 그러면서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도 같은 메시지를 남깁니다. ”여러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친절을 베풀며 용기 있게 살아가는 데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랍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도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4. 작가의 메시지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듯하네요. ‘어린 왕자’가 소혹성 B612로 떠나기 전에 새롭게 만난 벗들과 대화를 주고받는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라는 소개 글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작가가 친구들과 나눈 대화를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로 만들었다고 하니, 인상 깊은 구절 또한 많을 것 같습니다.

모든 구절이 인상 깊어서 몇 가지를 꼽기가 어려울 정도인데요. 그중에 백미는 고단한 인생길에 필요한 따뜻한 위로의 말들이 아닐까 합니다. 친절에 대해서 두더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린 늘 남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기만을 기다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겐 지금 바로 친절할 수가 있어." 거기에 한마디 보탠 것이 촌철살인인데요. "용서하기 가장 힘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야"라고 말하죠. 또, 도움에 대해서 말은 이렇게 말합니다.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그건 포기를 거부하는 거지." 갈 길이 먼 소년이 한숨을 쉬며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어"라고 말하자, "그래,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도 돌아봐"라고 말이 답하고요.


5. 앞서 책 소개에 ‘우화를 바탕에 둔 삶의 에피그램’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보통 그림책이라고 하면, 글보다는 그림이 위주가 되는, 스토리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 그림책만의 특색이라고 할 만한 건 뭐가 있을까요?

앞서 ‘우화를 바탕에 둔 삶의 에피그램’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색이지 않을까 하는데요. 에피그램은 특별한 주제나 목적을 염두에 두고 예리하게 정곡을 찌르는 위트가 가미된 짧은 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스토리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촌철살인의 시와 같은 말들이 주를 이루어 어느 부분을 읽어도 한참을 머무르게 되는데요.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괜찮은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을 잘 구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오늘은 그림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을 만나봤는데요. 그림책의 형식을 빌려 고단한 인생길에 필요한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해 들은 것 같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생일선물로 주고는 하는데요. 스스로가 얼마나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인지, 보잘것없어 보이는 우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저 살아가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늘 말해주고 싶지만, 낯 뜨거워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단번에 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연말이지만 주변 사람 모두가 편안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계신 건 아닐 텐데요. 이 책으로 주변 사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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