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by 정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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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 소개할 책은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입니다. 이 작품은 송중기가 주연한 영화 <로기완>의 원작 소설로 더 잘 알려져 있을 텐데요. 영화와 달리 소설의 이야기는 로기완, 김작가, 박 세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로기완은 벨기에로 밀입국한 탈북인 난민입니다. 김작가는 그의 기사를 보고 무작정 벨기에로 그를 찾아 나섭니다. 박은 그런 김작가에게 로기완의 일기를 전해고요. 이 셋은 각자의 아픔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삶을 살다, 스스로를 용서하게 되고요. 나아가 사랑할 용기와 살아갈 이유를 되찾게 됩니다.


2. 영화 <로기완>은 벨기에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분투하는 탈북인 로기완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마리와의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인데요.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 <로기완>을 보지 않아 정확하게 비교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영화와 소설의 가장 큰 차이는 김작가의 역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영화에서는 김작가가 등장하지 않고, 로기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소설에서는 한국에서 방송작가로 일하는 김작가가 시사잡지에서 로기완의 기사를 읽게 되고, 그 기사의 한 문장이 발단이 되어, 벨기에로 로기완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그리고 기사를 쓴 기자에게 박을 소개받는데요. 김작가는 박에게 건네받은 로기완의 일기장 속 하루를 그대로 따라가며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분투하는 로기완의 삶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3.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주인공은 로기완이지만, 그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전혀 것처럼 느껴지네요. 김작가가 잡지 인터뷰로만 알고 있는 로기완을 찾아 벨기에에까지 가게 된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김작가가 로기완의 삶에 이토록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방송작가인 김작가는 불우한 이웃의 사연을 보여주고 시청자에게 모금을 하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데요.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윤주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열일곱 살인 그녀의 오른쪽 얼굴에는 커다란 혹이 있는데요. 더 많은 모금액을 마련할 수 있는 시기를 보다가 윤주의 수술 시기가 늦춰지면서 그 혹이 악성 종양으로 변하게 되지요. 우연히 시기가 맞물렸을 뿐, 김작가에게는 잘못이 없는 일이었는데요. 김작가는 이에 죄책감을 느껴 윤주의 수술을 볼 자신이 없어 잡지에서 본 로기완의 인터뷰 문장을 좇아 벨기에로 떠나게 됩니다. “어머니는 저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아야 했습니다.”


4. 김작가는 방송 시기를 늦춘 자신 때문에 윤주의 혹이 악성 종양이 된 것만 같은 죄책감을 느껴서 떠나게 된 것이군요. 자신과 비슷한 죄책감을 느낀 로기완이 살아야만 했던 이유를 자신도 알고 싶어서요. 김작가가 로기완의 일기장 속 하루를 따라갔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겠지요?

김작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벨기에로 떠나는 이유는 잡지에서 본 로기완의 말 때문이며, 로기완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서라고 말하지요. 윤주의 일과 자신의 죄책감을 드러낼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김작가는 로기완이 벨기에 뷔뤼셀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는 장면에서부터 로기완의 동선을 그대로 밟아갑니다. 로기완이 묵었던 숙소의 같은 호실을 얻고, 낯선 땅, 낯선 언어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굶주린 채 거리를 한없이 걸어야만 했던 로기완의 발길을 쫓고요. 돈이 없어 먹지도 못하고, 잘 곳도 없음에도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한국 대사관에 찾아가야 하는 일을 미루는 로기완의 마음에 공감하기도 합니다. 나쁜 소식을 들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공감하는 거죠. 수술이 무사히 끝났는지 윤주에게 전화를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과 겹쳐 보기도 하면서요.


5. 앞서 김작가가 로기완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던 문장을 말씀해주셨잖아요. “어머니는 저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아야 했습니다”라고요. 로기완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로기완이 벨기에에 도착할 당시는 그의 나이가 스무 살이었고요. 연변에서 어머니와 숨어 지내다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고, 벨기에로 오게 된 것이지요. 어머니의 사체를 판 목숨값으로요. 로기완이 벨기에행을 결심한 데는 연변에 사는 외삼촌의 말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로기완이 무사히 살아남는 것일 거라고 말해주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기완은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되물었을 겁니다. 난민 지위를 얻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지만, 그녀를 위해 모든 걸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영국으로 그녀와 함께 떠날 때까지요.


6. 타인을 향한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상처 입히며 살다, 자신을 용서하게 되고, 나아가 사랑할 용기와 살아갈 이유를 되찾게 되는 이야기.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쫓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김작가는 로기완을 만나게 되는지 직접 읽어보고 싶은 소설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던 박은 평양에서 살다 벨기에로 와 가정을 꾸리고 아내를 지병으로 잃게 된 인물입니다. 의사였던 박이 현재 하는 일은 탈북인 난민 신청자를 만나 그가 북한 사람인지, 연변 사람인지를 구분해 정부에 알려주는 것이고요. 그 과정에서 만난 로기완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됩니다. 자신 또한 아내의 죽음에 죄책감을 갖고 있었거든요. 박은 아내를 똑 닮은 김작가를 도와주며, 로기완을 만날 준비를 하며 자신의 삶 또한 추슬러가는 김작가를 보며, 자신의 죄책감도 덜게 되지요. 소설가 김연수는 이 작품의 추천사에 이렇게 적었는데요. “우리는 결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문학에서 종종 목격된다. 『로기완을 만났다』가 바로 그런 소설이다.” 이 이상 『로기완을 만났다』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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