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 소개할 책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재일코리안 저글러의” 『도전하는 마음』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창행’은 아시아인 최초로 저글링 세계 챔피언에 오른 재일코리안 3세입니다. 저자는 재일코리안이 많이 살던 마을 우토로에서 태어났고요. 초등학교 때는 재일코리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와 차별을 당하지만, 저글링을 접한 이후 자신의 주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담긴 『도전하는 마음』을 책의 뒤표지 카피는 한 문장으로 잘 정리하고 있는데요. “편견과 차별을 딛고 일어선 재일코리안 3세의 가족, 꿈, 정체성,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 대한 연대기”라 할 수 있습니다.
2. 『도전하는 마음』은 재일코리안 저글러인 창행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군요. 재일코리안이자 저글러라는 정체성이 흔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우선 초등학교 때 재일코리안이라는 이유로 무시와 차별을 당하던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살던 저자는 어린 시절 집에서 쓰던 일본말과 한국말이 서로 다른 언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해요. 자신의 국적 또한 조선적, 즉 무국적이기 때문에 나라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요. 조선시대에 일본으로 건너온 저자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조선이 사라진 지금, 북한에도 남한에도 속하지 않는 무국적자로서 ‘재일코리안’으로 살았던 거죠. 그러던 저자는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차별과 무시를 통해 국적과 우리말에 대한 개념을 알게 됩니다.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게 힘들어 만화 동아리에 들어갔다 상급생에게까지 괴롭힘을 당하게 되고, 그 수위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죠. 당시 외증조할머니는 학교폭력으로 괴로워하는 저자에게 “언젠가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는 게 생기면 그걸 열심히 해서 1등을 하면 된다. 1등이 되면 지켜줄 사람이 많이 모일 거”라는 말을 하셨고, 저자의 어머니는 학교에 찾아와 가해자 학생들에게 “강한 걸 자랑하고 싶거든 룰이 있는 세계에서 승부를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3. 학교폭력을 당하며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무척이나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요. 그래도 외증조할머니와 엄마의 말이 많은 힘이 되었을 것 같아요. 그러한 시련을 견뎌내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저글러가 된 사연을 들려주시겠어요?
학교폭력으로 괴로운 날을 보내던 어린 저자는 동네의 수상한 아저씨를 통해 월간 만화책 『코로코로』를 알게 됩니다. 하교 후 수상한 아저씨와 『코로코로』를 보고 자동차 조립을 하며 시간을 보내죠. 앞서 말씀드렸던 외증조할머니와 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살던 저자는 그 책에서 당시 유행하는 요요를 접하게 되고요. 요요가 바로 스스로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요요에 열중하던 중 어머니의 사업상 미팅을 따라 갔던 동네에서 우연히 저글링숍에 들어가게 되고, 저글링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중학생이 하루에 저글링을 일고여덟 시간씩 연습하고, 미국 대회 진출을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해 홀로 비행기에 올랐으니 저글러로서 1등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4. 앞서 말씀해주신 내용대로라면 조선시대에 일본으로 간 조선인들이 무국적자로 일본에 거주하게 되었고, 이들을 ‘재일코리안’이라고 하게 된 거네요. 일본에 살고 있지만 일본인은 아니고, 그렇다고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아닌 이들에게 국적 선택은 복잡한 문제였겠어요. 저자 또한 미국에 갈 일이 없었다면 무국적자로 남아 있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저자는 저글러로 활동하면서도 정체성의 혼란을 많이 느끼는데요. 미국에 가기 위해서는 비자와 여권을 발급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저자의 할아버지는 “가까운 시일 내에 국적 신청을 하”라며 “국적이 바뀌어도 인간의 내면까지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해주시죠. 이 말은 훗날 저글러로 활동하며 국적에 따른 정체성을 고민할 때 답이 되어주는데요. 일본 이름이 자신의 진짜 이름인지, 한국 이름이 자신의 진짜 이름인지, 자신의 진짜 나라가 일본, 한국, 북한 중 어디인지를 고민하던 끝에, 이런 의문이 부질없음을 깨닫습니다. 이름이 두 개여도, 나라가 두 개여도 자신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내면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죠.
5. 중학생이라고 하면 한창 사춘기에 골머리를 앓는 중2병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저자는 자신의 꿈을 결정하고 이를 위해 국적을 선택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홀로 올랐다고 하니 보통 중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이후 책에서는 저글러로서 승승장구하는 이야기가 펼쳐지겠죠?
네. 저글러로서 성공을 했느니 책도 출간할 수 있었을 텐데요. 저글러로 활동하면서도 저자는 가족, 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습니다. 아프리카와 브라질의 슬럼가, 팔레스타인 난민촌 등지에서 저글링 퍼포먼스를 펼치며 삶의 방식과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글링으로 세계를 평화롭게 하고 싶다’는 꿈이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예술은 문제 제기는 할 수 있어도 문제 해결은 절대로 할 수 없다. 내가 퍼포머로서 국가와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체험한 것을 알릴 수는 있다. 퍼포먼스라는 표현 수단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는 건 가능하다.” 비로소 자신의 역할을 알게 됨으로써, 저글러라는 퍼포머로서 해야 할 일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저글러이자 재일코리안으로서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남북한과 사할린의 한인을 찾아가는 등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 문제 역시 깊이 들여다보지요.
6. 재일코리안이라는 정체성은 자신의 숙명이었고, 저글러로서의 정체성은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 둘 모두를 부정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크게 성장한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도전하는 마음』이라고 지은 거겠죠?
일본어에서 ‘조선인’은 ‘도전하는 사람’과 동음이의어라고 합니다. 조선인이 곧 도전하는 사람인 셈이지요. 저자는 할아버지가 “국적이 바뀌어도 인간의 내면까지는 바뀌지 않는다”라고 한 말이, 결국은 서류상 조선인이라는 신분에 얽매지지 않고 내면은 언제나 도전하는 사람으로 있으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도전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으라고 가르쳐주셨다고 이야기하죠. 설날 할아버지와 연날리기를 하며, 연이 잘 올라가지 않아 포기하려고 하는 저자에게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연은 말이지, 맞바람을 이용해서 높이 나는 거야. 그러니까 너도 맞바람을 향해 달리렴.” 저자는 맞바람을 향해 35년간 달려왔고요. 모든 고난과 시련은 높이 날기 위한 맞바람이었다고 말합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 맞바람을 맞으며 달려가는 사람이 바로 저자였던 거죠.
7. 재일코리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와 차별, 폭력을 당하던 소년에서 저글링 세계 챔피언으로, 주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맞바람을 향해 달린 저자 창행의 35년간의 이야기가 담긴 책 『도전하는 마음』의 소개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