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by 정안나
03.jpg


1.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 소개할 책은 건강이 스펙이 된 사회에서 써 내려간 아픈 몸의 이야기를 담은 사회과학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입니다. 이 책은 ‘아픈 몸’ 자체를 정면으로 마주 봅니다. 아픈 몸과 살기 시작한 저자가 자신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데서 출발해, 질병을 둘러싼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예리하게 통찰하고요. 이어 사회구조와 의료제도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변화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또한 ‘건강’과 ‘정상’의 의미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질문하며 ‘잘 아플 권리’를 고민합니다.


2. 건강이 스펙이 된 사회에서 잘 아플 권리를 이야기하는 책이라니 벌써부터 그 내용이 궁금해지는데요.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저자는 아픈 몸과 살기 시작한 뒤 자신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이를 사회문제로까지 연결 지어 통찰한다고 하셨는데요. 저자는 어쩌다 아픈 몸과 살기 시작한 건가요?

저자는 1인 가구이자 페미니스트, 인권활동가로서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할 만큼 튼튼한 몸을 자랑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평화 활동을 다녀온 직후 원인불명의 현기증과 통증, 출혈 등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받은 종합건강검진에서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을 받지요. 그런데 문제는 저자가 겪고 있는 통증들이 갑상선암과는 상관없다는 의사의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저자는 갑상선암을 치료받은 후에도 원인불명의 통증과 함께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후 저자가 ‘아픈 나’를 긍정하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하고 기록한 결과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3. 원인 모를 통증과 함께해야 하는 저자의 상황이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데요. 계속되는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아도 답을 얻을 수 없다면, 절망하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저자는 아픈 몸과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안고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저자는 원인 모를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식습관 등의 생활 습관을 조금씩 바꾸어가며, 자신의 몸에 대해 기록하게 됩니다. 얼마나 일해야 무리가 되지 않는지, 휴식은 얼마나 취해야 하는지, 어떤 음식을 몸에서 잘 받아들이는지 등을 적어가며 자신의 몸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며 살게 되지요. 이 과정을 경험한 저자는 말합니다. 대부분의 아픈 사람들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고요. 그리고 이에 대해 ‘질병 세계’의 언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더불어 질병뿐 아니라 나이, 성별, 장애 등을 포괄한 ‘다양한 몸’의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4. ‘질병 세계’ 언어의 부족과 ‘다양한 몸’ 문화 조성의 중요성은 생소하지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아닌가 싶네요. 저자는 이러한 개인적 경험을 사회문제와 어떻게 연결 지어 바라보고 있을까요? 에세이스트님께서 기억해야겠다 싶은 내용이 있었을까요?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픈 몸'을 대하는 사회적인 시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데요. 사람들이 아픈 사람을 대할 때 생각해서 말해주는 많은 정보는 아픈 사람에게 혼란을 주거나 오히려 마음을 버겁게 만들어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긍정적인 자세로 노력하면 나을 수 있다는 말 역시 아픈 사람의 힘겨운 상황을 ‘노력’이라는 또 다른 기준으로 옥죄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아픈 사람을 어떻게 배려하는 것이 옳은지 생각하게 하지요.


5. 제 주변을 살펴보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두통, 소화불량, 허리 디스크, 거북목 증후군, 만성피로 등을 하나라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인데요. 이러한 것들이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할 만큼 흔하다는 현실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건강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담겨 있나요?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질병을 피할 수 없는데도, 흔히 아픈 몸을 ‘극복’해야 하는 상태로, 아픈 시간을 인생의 ‘낭비’라고 여깁니다. 그야말로 건강이 스펙이 된 사회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사회에 저자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아픈 사람은 ‘건강해질 권리’밖에 없을까? 건강해지기 전에는 온전한 삶을 포기해야 하나? 그리고 답합니다. 아픈 몸을 향한 이런 통제의 시선은 결국 아픈 사람뿐 아니라 안 아픈 사람마저 소외시키게 된다고요. 그리고 탈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건강을 벗어던지고 질병을 입는 것, 즉 비건강이 아닌, 건강 자체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지는 것, 즉 탈건강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더욱 건강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제안합니다.


6. 오늘은 건강이 스펙이 된 사회에서 잘 아플 권리를 이야기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소개해주셨는데요. ‘아파서 미안하다’는 생각으로 아픈 몸조차 충분히 돌보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위안이 될 만한 책이지 않을까 합니다.

네,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는 충분히 아플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아파도 된다고, 아픈 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저 또한 이 책이 건강을 유지하기 힘든 사회에서 건강을 강요당하는 현대인의 삶에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도 괜찮다는 말보다는, 아픈 게 당연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이 현대인의 삶이 아닐까 하는데요. 크고 작은 통증에 시달리느라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많은 분에게 이 책이 들려주는 응원의 메시지가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아버지의 해방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