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은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가져왔습니다. 김영하는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등 여러 편의 소설을 썼으며, 각종 문학상에서의 수상 이력도 화려한 작가인데요. 소설도 소설이지만 텔레비전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해 아는 게 많은 소설가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아는 게 많은 소설가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에서는 작가의 삶에 관한 생각과 일상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데요. 특히 소설가로서의 깊은 사유와 통찰에, 글솜씨마저 빼어나, 책을 읽으면서 삶에서의 중요한 순간이나 화두들을 다시 한번 성찰하게 됩니다.
2. 요즘 소설가 한강, 황정은, 김중혁 등이 산문집을 펴내고 있는데요. 유명한 소설가들의 산문집이라면 팬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소설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글솜씨가 빼어나고 생각의 깊이가 남달라 그들이 쓴 산문집이라면 한 번쯤 싶어지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어떻던가요?
물론 재미있었습니다. 책에는 열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머니의 빈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부모와의 관계, 유년기의 기억, 학창 시절의 따뜻한 적대와 평범한 환대, 성인이 된 뒤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 등 다양한 삶의 순간과 성찰을 담아 전개되는데요. 어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이야기에 나무랄 데 없는 글솜씨와 소설가로서의 뛰어난 상상력과 통찰력이 보태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고요. 더욱이 김영하라는 소설가 자체가 워낙에 아는 것이 많은 작가로 알려져 있음에도, 책을 읽으면서는 그의 박학다식함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3. 김영하 소설가 하면 티비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통찰력 있는 말들을 조리 있게 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말할 때의 전달력도 무척 좋은 것 같고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덤덤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걸 보면서는, 평소에 생각과 공부를 많이 하는 분이구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김영하는 말을 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저도 한동안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이라는 팟캐스트를 즐겨 들었는데요. 책을 읽는 행위 자체는 단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책을 잘 읽어주면 책의 장면과 분위기, 냄새까지도 전달이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김영하의 목소리나 말투, 호흡은 오래 들어도 부담이 없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단 한 번의 삶』 역시 경험해본 사람, 경험을 깊게 통찰해본 사람, 삶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요. 말씀해주셨듯 살아오면서 꾸준히 공부하고 생각한 결과가 글이 되어 나온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4. 소설가로서 소설만 열심히 쓰기에도 힘들 것 같은데요. 김영하 작가가 소설에 산문집, 여행, 방송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재능이 참 많은 분 같아요. 책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엿볼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김영하가 재능이 많은 이유는 끈기와 노력이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김영하는 책에서 “신은 나에게 집중력을 주지는 않으셨지만 대신 태평한 마음을 주셨던 것 같다. 지금은 이래도 오 년, 십 년이 지나면 그럭저럭 잘할 수 있을 거야. 라는 마음. 나에게는 그 마음이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재미로 한 가지 일을 시작하면 십여 년을 한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술, 담배, 라면 등도 있고, 달리기, 글쓰기, 요가 등도 있습니다. 김영하가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이는 이유는, 자신의 관심사를 오랜 시간 탐구하고 경험한 결과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5. 한 가지 일을 10년이나 하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요. 취미로 운동할 때도 ‘3년은 해야 어디 가서 이 운동 좀 한다고 이야기하라’고 하더라고요. 김영하 작가는 그러한 꾸준함이 쌓이고 쌓여 노력이 되고 재능이 된 거네요. 김영하 작가라면 힘들이지 않고 뭐든 척척 해내는 줄 알았는데, 누구도 삶에서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싶어 무척 인상적입니다. 에세이스트님은 『단 한 번의 삶』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 깊었나요?
책에서 한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기보다는, 김영하가 긍정적으로 자신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책 전체에서 느껴져 인상 깊었는데요. 흔히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김영하는 앞서 말씀드렸던 꾸준함이 쌓이다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해 후회하기보다는, 지금 현실이 하마터면 내가 살 수 있었던 여러 개의 인생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하지요. 그리고 이렇게 보탭니다. “지금 이 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칵테일이며 내가 바로 이 인생 칵테일의 제조자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
6.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지만, 내가 만들어온 나와 나의 삶은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좀 더 힘을 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되네요. 여기서 끝이 아니고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희망이 생기기도 하고요.
네, 처음부터 대단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도, 화가도, 사업가도, 과학자도, 처음부터 그런 일을 했던 건 아니니까요. 그저 묵묵히 삶을 살며 삶의 순간들을 쌓아 올리다 보면 그것이 내가 되는 것이겠지요. 『단 한 번의 삶』은 그래서 한 소설가의 산문집이기에 앞서,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삶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산 삶도 없고 못 산 삶도 없다는 것, 그저 묵묵히 살아내다 보면 완성되는 것이 삶이 아닐까, 하는 것이 이 책에서 제가 얻은 삶에 대한 답이었고요. 여러분께서도 삶이 정체된 것 같고 무의미하게 느껴지신다면 『단 한 번의 삶』을 읽으며 따듯한 위로도 받고, 다시 나아갈 힘도 얻어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