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 소개할 책은 김청귤 작가의 연작소설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입니다. 2021년 『재와 물거품』이라는 작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김청귤 작가의 신작인데요. 그리운 존재를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우주의 은하 향초 가게의 이야기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이 작품을 ‘눈부신 힐링 SF 연작소설’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설명 그대로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를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하게 녹은 듯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2.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 제목이 예쁘네요. 향초 가게에 가서 향초를 사면 그리운 존재를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어떤 손님들이 향초 가게를 찾아오는지도 궁금하네요.
향초 가게는 우주 어딘가에 갑자기 자리를 잡습니다. 여기저기 떠돌며 존재하는데요. 향초 가게의 주인은 마녀입니다. 죽어서 별이 된 사람의 소중한 물건을 손님이 가져오면, 마녀는 그것을 은하향초로 바꿔주고요. 향초의 불꽃은 우주를 가로지르는 터널을 열어 별이 된 사람과 마지막으로 한번 만날 수 있게 해줍니다. 향초 가게에는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안드로이드를 사랑한 사람을 비롯해, 죽은 주인을 기다리는 개 등 다양한 존재가 찾아옵니다.
3. 말씀을 들으니 그리운 존재를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날까,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데요. 향초 가게를 찾는 존재들 가운데 인상적인 존재나 에피소드가 있으셨을까요?
「비 오는 날의 숲, 우디 향」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데요. 어느 날, 종이책을 읽는 건 사치이자 허영이라 여겨지는 행성에 향초 가게가 자리 잡습니다. 그 향초 가게로 무척 피곤해 보이는 손님이 찾아오는데요. 종이책이라고 하기엔 깨끗하게 제본되지 않은 책을 가지고 옵니다. 그건 손님이 직접 소설을 쓰고 자르고 붙여서 만든 결과물이었는데요. 손님은 종이책을 아무도 보지 않으니, 이 소설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며, 마녀에게 자신이 쓴 이야기를 별로 만들어달라고 합니다.
4. 죽으면 별이 되는 우주에서, 자신이 쓴 이야기가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으니 죽은 거나 다름없음으로, 이야기를 별로 만들어달라는 거군요. 생명체만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죽었다니 기발하네요. 그래서 마녀는 이야기를 별로 만들어주나요?
안타깝게도 마녀는 이야기는 별이 될 수 없다고 답합니다. 다음은 마녀가 한 말인데요. “지금 당장 주변 사람들이, 이 행성에 사는 이들이 이야기를 읽지 않는다고 해도 이 은하수에서 다른 이야기가 놀고 부딪히고 합치고 뒤섞이고 분리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질 거예요. 그리고 온 우주에 흐르겠죠.” 마녀는 이야기가 별이 될 수는 없지만, 은하수가 되어 우주를 흐른다고 위로합니다. 이 말에 손님은 슬픔을 거두게 되는데요. 마녀가 한 말은 이야기의 속성을 무척이나 아름답게 표현한 말이지 않나, 싶습니다.
5. 이야기는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이야기와 놀고, 뒤섞이고, 분리되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듣고 보면 맞는 말이지만, 당연한 사실을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데요. 책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와 만나며 감정이나 생각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니, 책이 은하수가 되어 흐른다는 말이 제법 그럴싸하게 들렸습니다.
6. 작가의 통찰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요. 이러한 통찰을 작품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작품에는 ‘안드로이드를 사랑한 사람’이 등장하는데요.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모습과 행동을 닮은 로봇’을 의미합니다. 작품 속 안드로이드는 유명한 요리사의 보조입니다. 이 요리사가 유명한 이유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요리를 손수 만들어주기 때문인데요. 안드로이드가 모든 요리를 하는 행성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인간의 손맛을 원하는 손님들이 그 온기를 찾아 식당에 오는 것이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요리는 요리사가 아닌 그의 보조 안드로이드가 하고 있었던 겁니다.
7. 인간의 손맛이 나는 안드로이드의 요리에서 온기를 느끼는 손님들이라니 아이러니하네요. 안드로이드가 계속해서 손님들을 속일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요리사와 보조 안드로이드는 계속 승승장구하나요?
네, 안드로이드를 사랑한 식당 직원은 이를 대중에게 폭로합니다. 화가 난 요리사가 안드로이드를 부숴버리자, 직원은 안드로이드를 복구하려 하고요. 직당 직원은 마녀에게, 그때 안드로이드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합니다. “단 하나의 생을 살고 싶어 했어요.” 안드로이드의 요리에서 인간의 손맛을 느끼고 감동하는 사람들과, 영원한 삶을 거부하는 안드로이드의 이야기는 통찰이 가장 돋보였고요,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8. 그리운 존재를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우주의 은하 향초 가게 이야기가 담긴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기 좋은 책 같습니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를 읽고, 그리운 존재를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서 뭘 할지 생각해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그 생각을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우주를 가로지르는 은하향초』에 에피소드 하나를 보탠다면, 그렇게 이 작품이 은하수가 되어 누군가에게 흘러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의미 있는 독서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