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 소개할 책은 ‘엄마 박완서의 부엌’이라는 부제가 달린 음식 에세이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입니다. 소설가 박완서의 맏딸인 호원숙 님이 어머니의 10주기에 맞추어 출간했는데요. 음식 이야기에 삶을 버무려낸 에세이이자, 어머니가 물려준 집에 머물며 그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어머니를 추억한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 소설가 박완서 하면 『나목』, 『엄마의 말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의 작품이 떠오릅니다. 박완서는 한국 문학의 거목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작가인데요. 오늘 살펴볼 책의 부제가 ‘엄마 박완서의 부엌’인 걸 보면 엄마로서의 박완서의 모습 또한 엿볼 수 있는 에세이 같습니다.
맞습니다. 소설가 박완서는 1931년에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마흔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나목』이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하고, 이후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꾸준하게 글을 썼습니다. 대부분이 기억하는 건 이 정도 이력을 지닌 작가로서의 박완서일 텐데요.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에서는 박완서에게 부엌을 물려받은 맏딸이 기억하는 엄마로서의 박완서, 생활인으로서의 박완서의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3. 유명한 소설가의 맏딸로 산다는 건 어떤 걸까요?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소설가인 어머니라면 매일 소설 이야기를 할 것 같기도 하고, 글 쓰느라 요리할 시간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대학에 다니다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고, 마흔에 등단했다고 하니,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존재하던 시절도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떠오르는 그리운 장면은 거의 다 부엌 언저리에서, 밥상 주변에서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구절을 보면서 박완서의 맏딸에게는 박완서가 소설가라기보다는 어머니로서 오롯이 존재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고요. 이 구절뿐만 아니라 책 곳곳에서 우아하고 다정하게 음식을 만들고 내어주는 어머니 박완서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4.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면 엄마는 늘 부엌에 계셨는데요. 부엌에서 들리는 엄마의 요리 소리에 잠에서 깨고, 종일 힘들게 하루를 보냈더라도 집에 돌아와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앉으면 마음이 풀렸던 기억이 나네요.
음식에는 참으로 신기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먹은 음식이 곧 내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음식에는 영양분이나 맛만 있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정성과 마음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정성과 마음을 먹고 사람이 성장하는 거구나 싶고요.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는 ‘음식은 누군가의 사랑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한 했습니다.
5. 요즘은 음식을 해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경제적일 때가 많은데요. 생활이 바쁘고 사람도 밖에서 만나다 보니 집에서 밥을 먹는 일이 많지도 않고요. 책에서 말하는 집에서 만든 음식의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책에는 생선인 ‘대구’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자는 남편의 고향에서 온 대구로 탕을 끓이고, 알젓을 담그고, 남은 알젓으로 깍두기를 담그는데요. 그러면서 대구는 버릴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음식에 대해 이렇게 덧붙입니다. “음식을 하면서 세월이 간다. 음식을 기억하며, 음식을 만들며, 그 음식을 먹으며, 생명을 이어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음식을 만드는 일은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 삶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롯이 자신의 쓰임을 다하는 대구가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더라고요.
6. 보통 식당에서 대구탕을 먹는다고 하면, 맛있게 먹고 ‘아 맛있구나, 배부르다’ 하면 끝인데요. 대구탕이라는 음식을 만든다고 하면 대구라는 생명체를 마주하는 일에서부터 시작일 테니, 대구탕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와닿겠네요.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에는 가족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박완서의 이야기는 물론, 어머니의 음식을 먹고 자란 저자가 음식을 만들고 가족에게 내어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에세이 중간중간에 적힌 레시피를 읽으면서는, 음식을 만든다는 일이 경건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7. 소설가 박완서라고 하면 아름다운 문장으로도 유명한데요. 이 책에도 아름다운 문장이 많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듭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책을 읽으면서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만두 타령’이라는 에피소드에는 저자의 남동생 이야기가 나옵니다. 설 전날 만두를 만들어 먹는 집에서 ‘만두 박사’라 불릴 정도로 만두를 좋아했던 남동생이 세상을 뜹니다. 그러고도 세월은 흐르고요. 저자는 이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만두 박사가 없는데 무슨 재미로 만두를 하나?” 하시면서도 그해 연말 우리가 마련한 재료로 만두를 빚으셨던 엄마. 그래서 만두를 보면 슬픔이 올라온다. 음식은 말이 없는데, 만두를 빚으면 만두 박사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8. ‘음식은 말이 없는데, 만두를 빚으면 만두 박사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음식의 속성을 명쾌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한 문장 같네요. 오늘은 소설가 박완서의 맏딸 호원숙의 음식 에세이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을 만나봤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글에 몰두하다가도 끼니때가 되면 어김없이 부엌으로 향했을 박완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자신의 삶은 물론, 타인의 삶을 소중히 한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주말 가벼운 책 한 권으로 우리의 소중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 가져보시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