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유람이 목적이라니, 떠나고 싶지?
나는 여행이 정말 좋다. 명확하게 말하면 사는 곳을 벗어나는 일상을 모른척하는 시간을 즐겼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 이유가 필요할까? 그래도 곰곰이 이것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러고 보니 나의 기억의 시작점부터 현재까지 한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잠만 자는 곳이라는 이유로 딱히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다. 집에 머무를 여유가 없어서, 그 정도로 바쁘게 살았던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문득 여행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와 유사한 것 같아 기분이.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님' 유람이 목적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이 뛰는 말인가!
어디를 가든 짐은 항상 가볍게, 최소화에 포커스를 둔다. 어디서 본 문구, ‘자기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과 함께 하라.’ 사실 지금은 위의 작은 가방도 감당이 안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조금도 반갑지 않다. 걸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여행에서 남는 게 기억이라는 데, 그것보다 사진이 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바래고 바래서 없어지기도 하고 가끔 왜곡도 생긴다. 그래도 한 번은 지나간 여행의 사진과 최대한 그때의 느낌을(철저하게 내 취향으로, 왜곡이면 어떠리) 글로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너무 많아서 지금이 적당한 시기라고, 어쩌면 다음은 없을지도 모르니까. 아쉽다, 유람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두루 돌아다니지 못한다는 것이. 불현듯 언젠가 엄마가 한 말이 떠올랐다. "넌 역마살이 있는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밖으로~" (밖으로~ 지구는 둥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