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

흐르는 강물처럼

by 배철수철수

온전한 당신을 담는 그릇이 되고 싶다던 마음은 당신을 가둬야겠다는 욕망으로 번집니다. 나는 덫이었군요. 수없이 속삭이며 당신을 안심시키던 사랑의 말들조차 간사히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습니다.

이윽고 당신이 양 발을 모두 내 안에 들이자 나는 본색을 드러내 당신의 팔다리를 자릅니다. 너그러이 사랑만을 고백하던 그는 온데간데 없고 오직 잔인하고 비겁한 악인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의 나약함이 사랑하는 이를 저급한 가짜 구원의 도구로 전락시켰습니다. 실로 구원은 그런 곳에 있지 않을텐데요.

다시 당신의 그릇이 되고싶습니다. 이전의, 그리고 앞으로의 진심이 뭐든간에, 끝에 있을 내 모습은 당신의 그릇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모습이 무엇이든 기쁜 마음으로 담아내고싶어요.

그런 우리의 모습에서 발견할 당신은 아름답게 흐르는 강물이요 나는 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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