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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10. 드디어 면허를 따다.

그렇게 나는 운전면허를 취득하였다.

by 줄리아

한국에 있을 때, 내가 남편에게 계속해서 강조했던 부분은 미국에 가면 운전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 1년간 미국 시골에서 살았던 경험으로, 나는 미국은 차가 없으면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우리의 생활에 운전은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하면서도 부모님께 부탁드려 운전연수를 받았고, 친구와 만날 때에도 차를 빌려 굳이 괜찮다는 친구를 태우고 운전을 해서 친구를 굉장히 괴롭게 했었다. 반면, 당시 회사에서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어서 굉장히 시간이 많았던 남편은 미국 가서도 버스를 타고 다니거나 걸어 다니면 된다며 운전을 연습하지 않았다.


LA는 사실 내가 경험한 미국 일리노이 주의 작은 시골과는 굉장히 다르긴 했다. 우리가 살게 된 아파트 옆에는 랄프스와 홀푸드, 그리고 그로브몰, 타깃 등의 마켓들이 있어서 걸어서 생활이 가능하였고, 심지어 버스가 자주 있지는 않았지만,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할 수는 있었다.

반면, 내가 살았던 일리노이 주의 작은 시골에는 정말 허허벌판에 옥수수밭 밖에 없었고, 마트 한번 가려고 하면 차로 10분 이상은가야 했다. 고등학교도 단 한 곳, 고등학교도 스쿨버스가 없다면 갈 수 없는 환경이었다. 차가 없다면 친구의 집도 갈 수가 없었다. 내가 이제까지 경험한 미국은 그 시골 환경이 전부였기에 LA에서도 일리노이 주의 생활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팔라조에 입주하자마자 한국인 운전강사를 모시고, 운전연수를 시작했다.


운전 연수를 받는 첫날, 강사님이 물었다.

“누가 먼저 연수받으실래요?”

남편은 자신이 먼저 한다며 운전대에 앉았다.

그리고 핸들을 잡은 남편이 강사님께 물었다.

“브레이크가 왼쪽인가요? 오른쪽인가요?”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분명 내가 한국에서 시간이 많을 때 남편에게 귀에서 딱지가 생길 정도로 운전연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을 했었는데.. ‘브레이크가 왼쪽이냐고? 오른쪽이냐고?...’

이 질문을 받은 강사님도 굉장히 당황하신 것 같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남편한테 뒤로 가서 앉으라고 하고, 남편의 연수시간까지 내가 받겠다며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남편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그동안 한국에 있을 때 몇 개월 동안 미국에서의 생활에서는 운전이 정말 필수이기 때문에 반드시 연습해야 한다고 나는 남편에게 말을 했었고, 며칠간 시댁에 가있겠다는 남편에게 시아버님으로부터 반드시 운전 연수를 받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해왔던 상황이었다.


남편이 시댁에 가서 한 거라고는 그냥 티브이보고 논 것밖에 없고, 주말에도 그냥 쉬기만 했다고 생각한 나는 생각이 날 때마다 운전을 이유로 남편에게 화를 냈다. 나의 조언을 무시한 채 자신의 고집대로 행동해 온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 고집으로 인하여 내가 운전을 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운전이라는 어려운 일을 오롯이 다 해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화가 났다.


남편이 원망스러운 것은 원망스러운 것이고, 나는 우선 운전면허를 따긴 해야 했다. 우리가 학교에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고는 해도, 학교를 제외한 다른 곳을 여행하거나 어딘가를 멀리 가려면 운전은 필수였다.

그날 이후 남편과 함께 운전면허를 같이 따려던 나는 운전 강사님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을 생각하면 내가 먼저 운전면허를 따서 남편에게 가르치는 것이 돈을 절감하는 길이라고 판단이 되었다.


그래서 남편 없이, 운전 강사를 섭외하여 몇 차례에 걸쳐 운전 연수를 받았다. 짧은 시간에 운전 강습을 받고 실기시험을 보려고 하니 시간이 되는 강사님이 많이 없었다. 아무나 붙잡고라도 강습을 받아도 좋다고 판단을 한 나는 당시 시간이 되는 강사님께 운전연수를 받았다. 역시 시간이 바로 되시는 인기가 없으신 분은 이유가 있었다. 운전연수를 하실 때마다 나에게 운전 연수를 해주시는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세상에 대한 화를 풀려고 하시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화를 나에게 쏟아부으셨다.


그래서 운전 연수를 받을 때마다 나는 진심으로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혼낼 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그 기준이 없었다. 그냥 자기가 짜증 내고 싶으면 짜증 내고, 나에게 화를 풀고 싶으면 푸는 것뿐이었다.


정말 스트레스였다. 그 강사님이 너무 보기 싫었다. 그 어디서도 나한테 이렇게 막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면허를 따야 했고, 그보다 내가 운전을 익숙하게 해야 했다.


약 1주? 에서 2주간 운전면허 실기를 준비하며 계속해서 유튜브로 내가 주행할 코스에 대하여 미리 동영상을 보았고, 시험에 통과할 수 있도록 유의사항에 대한 정보과 동영상을 반복했다. 너무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면허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서 꿈속에서 운전면허 관련 동영상 BGM이 나올 정도였다.


실기시험 당일, 가는 길까지 동승한 운전강사님의 핀잔을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붙어만 봐라.. 더는 이런 소리 안 듣는다..”


너무 떨렸다. 젊은 남자 면허 시험관이 내 차량에 탑승했다. 그리고 운전 시험이 시작되었다. 유튜브에서 실기시험 코스를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에 익숙했다. 하지만, 옆에 앉은 시험관의 이야기를 얼른 듣고 좌회전, 우회전, 끼어들기 등의 행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모든 코스를 다 마치고 돌아왔을 때, 정말 다리에 힘이 풀렸었다. 그 남자 감독관은 나에게 결과지를 주면서(시험 감독관이 체크한 결과), 패스했다고 말했다. 너무 기뻤다. 더 이상 운전 강사님한테 욕먹을 일도 없고,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다고 생각하니 날아갈 것 같았다.


남편은 내가 이렇게 실기시험을 붙고 약 6개월 후에 응시하여 시험에 통과했다. 남편도 운전 때문에 나에게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인지, 나 못지않게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실기 시험을 응시한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3년이 지난 엊그제에도 혼자 실기시험을 준비할 때 열심히 본 유튜브 동영상의 BGM을 흥얼거리고 있는 것을 보니, 티를 안 냈어도 정말 저 사람도 운전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받았구나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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