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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Apr 04. 2022

아일랜드의 서부 해안을 가다.

아일랜드,  여행, 엔지니어


북 아일랜드의 양 떼들이 있는 마을의 언덕에 위치한 B &B 숙소에서 상퀘한 아침을 맞이했다. 바깥공기가 아직은 제법 쌀쌀하다.

아침을 먹기 위해 벽난로가 곁에 있는 거실을 지나 식탁에 앉았다. 어제 이곳에서 묵은 손님은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젊은 부부가 더 있었다.


미소가 온화해 보이는 주인장이 우선 커피와 차를 내어오며 곧 아일랜드식의 아침을 준비해서 나왔다. 집에서 갓 구워낸 빵과 함께 소시지와 달걀 프라이, 베이컨, 버섯 등의 야채가 있는 따뜻한 아침을 먹고 나니 여행 준비가 끝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숙소를 나와 아일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카일 모어 수도원을 구경하기 위해 끊임없이 펼쳐지는 목장 지대를 지나고 호수가 보이는 길을 따라서 두 시간을 넘게 운전하고 갔다. 그리고 아담해 보이는 호수 옆길을 따라서 가다가 사진에서 본 아름다운 회색의 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장대비로 바뀌고 한 30분이 지나자 비가 잦아졌다. 얼른 안내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성으로 향했다.

카일 모어 수도원은 헨리라는 부자가 아내와 결혼 후에 신혼여행을 왔다가 주변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아내를 위한 성을 지어 주겠다고 약속을 한 후에 정말로 카일 모어 성을 지어줬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기도 했는데 안타깝게 정작 안 주인인 아내는 이곳에서 3년밖에 살지 못했다고 한다. 잠시 이집트로 여행을 갔다가 풍토병에 걸려 사망을 했다고 한다. 이에 남편 헨리는 죽은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성 옆에 자그마한 성당을 하나 지어주고 아내를 추모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곳은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수녀를 위한 수도원으로 되기도 하고 학교로도 운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부자의 아내를 위한 사랑의 증표로 성을 만들면서 끼니를 걱정하던 가난한 주변의 주민들에게 엄청난 혜택이 되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지역경제에 커다란 보탬이 되고 있었다.

부자의 사랑은 위대했다.


아름다운 카일 모어 수도원과 잘 가꿔놓은 성 옆에 있는 농장에서 온실까지 갖추고 온갖 야채와 과일들을 직접 재배하고 런던에 있는 헨리 가족에게 농산물들을 공급했다고 한다. 이런 농장을 1880년에 운영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말에 아일랜드에는 보일러실까지 갖춘 온실이 있었다니 정말 놀랐다.

성 안에 살던 헨리 가족의 화려한 생활 용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영국에서 공작 부부가 방문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각자의 자리와 귀빈의 자리까지 은 그룻에 표시되어 있었다.


카일 모어 수도원의 구경을 마치고 차를 몰아 남서쪽 해안을 따라 두 시간을 더 달렸다. 다음 목적지는 모허 절벽이다. 무려 155 미터에 이르는 모허 절벽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아일랜드에서 꼭 가봐야 하는 자연 명소다. 좁은 시골길을 한참  달리고 다시 목장들이 펼쳐지는 산길을 따라 한참 올라갔다. 그리고 왼쪽으로 펼쳐지는 웅장하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모허 절벽을 구경하려면 안내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주차장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안내소가 끝나기 오 분 전에 도착해서 무료로 입장을 했다.


절벽 근처에 지하 시설의 안내소에 들러 간단한 안내를 받고 밖으로 나와 절벽을 따라 난 산책로를 걷는데 바다 바람이 엄청나다. 모허 절벽의 차갑고 세찬 바람에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손이 시려도 웅장한 절벽의 위용에 놀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한 시간을 넘게 절벽길을 걸었다.

홍보 사진에는 절벽 끝에도 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고 때문인지 절벽 끝에 접근을 못하도록 돌판으로 막아 놓았다. 까마득한 절벽 밑으로 엄청난 바람에 일렁이는 시퍼런 파도가 해변에 닿으며 하얗게 부서지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대서양으로 지는 저녁노을을 절벽 끝에서 지켜보고 내려오니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예약한 호텔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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