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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Apr 03. 2022

북아일랜드에서 길을 잃다.

북아일랜드,  여행, 엔지니어


더블린에서 하루를 보내고 북 아일랜드의 관광지를 돌아보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고 더블린 공항으로 갔다. 전날 24시간 이용 교통카드를 이용해서 아침에 더블린 시내를 좀 더 돌아보고 공항까지 갈 수가 있었다.


더블린 입국장에 전날 예약을 해서 카드로 결제를 하고 차 열쇠를 넘겨 받았다. 차가 있는 주차장의 위치를 못 찾아 헤매다가 간신히 차를 받았다. 아일랜드는 두바이와 운전석의 위치가 다르다. 혹시 도로에서 방향을 헷갈릴 수 있어 주차장을 돌면서 연습을 한 후에 공항을 나왔다.


어제 핸드폰에 저장해 논 북 아일랜드의 유명 관광지인 '더 다크 햇지'란 곳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공항을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차를 몰았다. 아일랜드의 고속도로는 더블린에서 한 시간 조금 넘어서자 끝나버리고 우리나라의 국도 정도 같은 편도 일 차선의 도로가 계속되어 있었다. M1 고속도로가 끝나고 N1 도로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도로명이 A1으로 바뀌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고속도로가에 있는 커다란 규모의 주유소의 휴게소에 들러 아일랜드의 식사를 간단히 먹으며 핸드폰을 열어 인터넷을 열었다. 그런데 핸드폰과 인터넷의 안테나 신호가 전혀 안 잡힌다.


'핸드폰이 왜 이러지? 어제 분명히 20기가짜리 심카드를 사서 확인했는데.'


핸드폰의 내비게이션을 열어보니 목적지 기능은 아직 살아있었다.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목적지로 차를 몰아가고 있었. 그런데 실수로 내비게이션 기능에서 빠져나와버렸다.


'큰일이다.' 얼른 내비게이션을 열고 목적지에 표시해둔 하트 표시를 설정하니 길 안내가 다시 시작되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면서 도로는 목장들이 가득한 오솔길로 바뀌고 꼬불꼬불한 산길로 바뀌고 있었다. 이제는 주변에 아무런 주택들도 안 보이고 양 떼들과 소들 밖에 안 보이는 산 중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산 중턱에 떠있는 해는 조금만 지나면 서쪽으로 넘어가는 데 목장 이외에 아무런 주택도 안 보인다.

차를 멈추고 내비게이션을 열어 확인해도 인터넷이 안 되니 아무것도 확인을 할 수가 없다. 어두워 지기 전에 얼른 이 산길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정말 낭패였다. 차를 멈추자 근처의 목장에 있던 양떼들이 내 근처로 몰려와 나를 구경한다. 나를 전혀 두려워 하지 않고 새끼 양들까지 몰려왔다.


기억을 더듬어서 오던 길을 한참 따라가고 있는데 산기슭 근청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백인 중년의 남자가 보였다. 차를 멈추고 이 남자에게 길을 잃었다고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도 이 친절한 남자가 핸드폰을 열고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한 스팟을 열어서 우리가 인터넷을 쓰도록 배려해 주었다. 인터넷을 열고 내비게이션으로 관광 목적지 대신에 오늘 묵을 호텔에 목적지를 설정하고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하였다.


친절한 남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차를 다시 몰았다. 해는 이미 져버리고 칠흑같이  어두ㅂ고 좁은 산길을 따라 내비게이션에 보이는 파란색 선에 의존해서 간신히 포장이 된 길로 나왔다. 그렇게 두 시간 반을 넘게 운전해서 미리 예약해 둔 B&B 호텔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머리를 올백으로 70대로 보이는 중년 신사가 찬절하게 방으로 안내를 했다. 체크인을 하고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근처에 있는지 중년 신사에게 물었다. 중년 신사가 나를 보더니 대답했다.


"지금은 이곳의 모든 식당이 끝났어요.  출출하면 햄 엔 차즈 샌드위치를 좀 가져다줄까요?"


그리고 중년의 주인이 잠시 후에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를 한병 가져다주었다. 배가 고파서 순식간에 샌드위치를 모두 해치웠다. 잠이 들기 전에 다음날 일정 목적지로 갈 오프라인 지도를 미리 다 받아두었다. 그리고 오늘 핸드폰이 왜 안되는지 살펴봤다.


이유는 단 하나 아일랜드와 북 아일랜드는 완전 다른 나라였다. 아일랜드에서 북 아일랜드로 국경을 넘으면서 핸드폰도 안되고 도로명도 N1에서 A1으로 변경이 되었는데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다. 아일랜드와 북 아이랜드 사이에는 국경 초소도 입국 사무소도 없어 국경을 넘는지도 모른다.

전에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분쟁이 있었을 때는 경계가 엄청 삼엄했었다고 현지인에게 들었다.  그러나 현재는 너무도 평화로운 시골 마을처럼 보였다. 내비게이션의 탓으로 북아이랜드의 자연을 실컷 경험하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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