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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Apr 11. 2022

새벽 인력 시장

인력 시장, 노동, 항공 엔지니어


우리 시대 살았던 젊은이라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한 번쯤 방문했을 새벽 인력 시장이 지금도 존재한다.


결혼을 하고 큰애가 갖 돌이 지났을 무렵에 내가 다니고 있는 모 항공사에 금융위기로 직원들이 돌아가며 무급 휴직을 하고 있었다. 워낙 박봉을 받았는데 무급 휴직으로 모아둔 돈도 거의 떨어져 가고 있었다.


새로 시작한 작은 비즈니스도 어렵게 되고 구멍 난 비용을 여러 장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아기 분유 값을 벌기 위해 새벽 6시에 새벽 인력 시장이 열리는 역 근처의 인력 사무실에 갔다. 등록을 하고 인력을 구하기 위해 오는 봉고차를 기다렸다.


봉고 차 문이 열리고 그들이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을 고르고 드디어 나를 불렀다. 그렇게 봉고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인천의 새로운 아파트를 건설하는 공사 현장이었다.


"여기 전동 드릴 다룰 줄 아는 사람 있나요?"


"제가 할 줄 압니다. " 하고 손을 들었다. 무거운 건설 자재를 다루는 것보다는 쉬울 것 같았다.


같이 일하는 감독을 따라 17층의 아파트 외벽의 거푸집을 장착하는 곳에 드릴을 이용해 볼트를 장착하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하루에 수천 개의 스크루를 제거하고 장착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감독자가 10개를 장착하면 나는 20개를 장착하고 있었다.  감독자가 나를 지켜보다 나를 멈춰 세웠다.


"손이 엄청 빠르네요. 쉬엄쉬엄 하세요. 이곳은 내일까지 하면 됩니다. 오늘 끝내면 안 됩니다. "

아침 쉬는 시간에 식당에서 나온 국수를 먹고 있는데 같이 일했던 감독이 찾아왔다.

"김 씨 손이 빠르네. 우리 같이 일해봅시다. 우리 일이 많아요. 쓸데없이 직업소개소에 수수료 주지 말고 일당 다 줄 테니 같이 일 합시다. "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서 안 되겠네요."


그리고 오후 시간이 끝나갈 무렵에 그 감독의 총감독이 다시 내게 찾아왔다.


"이봐요! 김 씨. 왜 일당이 적어서 그래요? 일당 지금보다 3천 원 올려 줄 테니 같이 일해 봅시다. "


"제가 바빠서 안됩니다. 죄송합니다."


"백수가 바쁘긴 뭘 바빠요? 어디 혹시 좋은데 있어요? 같이 일 합시다."

정중히 거절을 하고 일당 3만 원을 받아 소개소에 3천 원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마 항공사에 다닌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가끔 그곳을 지나면서 그 아파트를 보면 옛날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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