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 엔지니어 Jul 06. 2022

정치꾼과 시골 사람

항공 엔지니어,  회사 생활, 성실함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정해진 정답이 없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할까?


오래전에 호주에 처음 이민을 와서 근무하던 회사에 엔지니어 훈련생으로 세명이 들어왔다.  아시아 쪽의 영어권에서 항공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 온 항공정비 유학생들이었다. 두 명은 같은 나라에서 훈련생들, 그리고 또 한 명은 영어권이 아닌 지역에서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이민 온 출신으로 모두 호주의 항공엔지니어 교육을 마치고 실무 경력을 쌓기 위해 우리 정비회사에 정비 훈령생으로 들어왔다. 같이 근무를 하다 보니 이 들중에는 회사 생활을 하는 방법이 확연한 차이가 보였다.


영어권 출신의 아시아 출신 한 훈련생은 영어 점수도 높아서 호주 이민 점수 합격 점수인 IELTS를 단번에 전체 8.0을 받고 이민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이 훈련생은 화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열심히 매니저에게 아부를 하며 어떻게든 한 번의 오버타임도 더 받으려 하고,  같이 근무하는 엔지니어가 주요 세력이 아니다 싶으면 무시를 하고 말도 잘 안 듣고 하곤 했지만 매니저에게 만  아부하는 게 너무 티가 나서 정치꾼이고   소문이 자자했다.


또 다른 한 명의 영어권 훈련생은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영주권에 필요한 영어 시험을 몇 차례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부유한 부모덕에 호주로 다시 유학하고 요즘도 메카닉으로 시드니 공항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비 영어권에서 온 시골스럽게 보이는 수습생은 묵묵하게 본인의 업무를 하면서 그저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곤 했다. 출근을 하면  누구 눈치를 보지 않고 사무실을 살피고 본인이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했다.


나는 호주를 떠나 6년여의 시간을  두바이에서  보내고 시드니로 돌아왔다. 내가 시드니에 돌아왔단 소문이 퍼지고 옛 직장 동료 엔지니어와 메카닉 출신의 후배들이 안부 전화와 호주 항공 엔지니어 자리 등의 정보를 알려주고 서로의 동향을 알려줬다.


그리고 달 전에 비 영어권 출신의 수습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의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 친구는 내가 떠난 후에 이후에 훈련을 마치고  다른 회사에 메카닉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수습생의 성실함을 알아본 그 항공사의 매니저가 최신 항공기 기종 교육을 시켜주고 엔지니어로 진급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행운도 따라서 갑자기 지금의 회사에 최신 기종을 핸들링할 엔지니어가 급하게 필요해서 그를 엔지니어로 고용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나와 함께 나란히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 입사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영어권에서 온 똑똑한 정치꾼 훈련생은  그동안 몇 번의 회사를 옮기면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여러 번 노력도 하고 스스로 비용을 지불하고 항공기 기종 교육도 이수했으나 여전히 메카닉으로 삶을 살고 있다.


세상 어디에나 성실함은 알아본다.

작가의 이전글 행운은 알아서 따라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