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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Jul 07. 2022

일심동체

항공기,  협력, 항공 엔지니어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깐 햇살이 나올 때 즈음에 싱가포르에서 B777 항공기가 들어왔다.  E 로그북에는 'Nil Defects'와 캐빈 E 로그북에 간단한 몇 개의 결함이 적혀있었다. 메카닉과 함께 캐빈 로그북을 해결하고 그라운드 파워 만을 남기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잠시 후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싱가포르 지점 매니저가 항공기 파워를 그라운드 서비스 상태로 해 놓고 기내 환기를 위해 PAX DOOR를 살짝 열어 놨다는 안내였다.

'그럴 수 있지.  에너지 절약.'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전에 들어온 B777-300ER 항공기의 출발 전 준비를 위해 APU의 스타팅을 했다. 잘 파워 업이 되는지 싶더니 EICAS 메시지 'FMC, CDU R'가 사라지질 않는다. 이 메시지는 가끔 나타나는 걸로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오버헤드에 있는 CB Panel에서 CB를 리셋하고 기다렸다.

'이런! 메시지가 사라지지 않는다.'

MAT을 살펴보니 메시지가 하드로 잡혀있다.

Real Fault 다. 해당 시스템을 몽땅 리셋을 해도 소용이 없다.

MEL 에는 이대로  비행은 가능하나 부조종사석에 있는 CDU와 중앙에 있는 CDU를 바꿔야만 MEL 적용이 가능하다.


다행히도 기장과 부기장이 시간이 촉박한 것을 인지하고 자리를 양보하고 옆에서 보조를 한다.

캡틴은 내가 장탈한 CDU를 들고 내가 전기 커넥터를 연결하기 편하게 잡아주고, 부기장은 땀을 흘리는 내 모습을 보고 사무장에게 마실 주스를 주문해 직접 가져다주고 한 15분 만에 두 개의 CDU를 교환 장착하고 E 로그북 정리를 맞췄다.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내려오며 고맙다고 캡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캡틴이 "우리는 한 팀이죠! 엔지니어 감사합니다. " 하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우리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또 하나의 항공기 지연을 막은 의미 있는 하루였다.


일심동체' 이런 때 쓰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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