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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Jul 30. 2022

고진감래

항공엔지니어,  직장생활,  인내

항공기가 떠나고 이제 쉴 시간이 왔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발견한 사자성어가 눈에 들어온다.

고진감래(苦盡甘來)와 흥진비래(興盡悲來)란 사자성어다 고진감래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 란 뜻은 많이들 들어봐서 알 것이다. 그러나 흥진비래(盡悲來) 란 사자성어는 잘 모른다. 흥진비래란 ' 세상만사가 늘 좋거나 나쁠 수는 없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차례로 일어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과연 여러분은  이 사자성어의 참 뜻을 느껴지는가? 물어보고 싶다.

아주 오래전에 모항공사에 입사를 했다.  당시에는 젊었고 의욕도 넘쳐서 정말 열심히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에도 사람들이 사는 치열한 경쟁의 사회였다. 보이지 않는 인맥의 줄을 잡고 끈끈하게 연결된 집단이 있었고 주류의 집단이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나는 그 치열한 전쟁터에 홀로 방어하며 싸워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주 그룹에 낄 수 없는 아웃사이더였다.

다행히도 홀로 시작한 해외 항공 엔지니어 자격증 시험의 경쟁에서 여러 선배들을 제쳐가며 시험과목을 몇 개씩 합격하며 앞서 나가는 것을 유일한 위안으로 삼고 버텨가고 있었다. 다른 선배 동료들보다 약간 앞서가다 보니 질투의 시선과 약간의 음모가 보이기도 했다.


당시에 우리 항공사에서는 핸들링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메카닉이 직접 토잉카 운전 자격을 따고 항공기 출발 시에 항공기 푸시 백 지원을 하고 있었다.  나도 대형 운전 면허증을 따고 항공기 토잉카를 운전하며 푸시 백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항공기 푸시 백 지원은 무난하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항공기 지원을 하기 위해 토잉카를 운전을 하다 두 번의 운전 사고를 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적들이 튀어나와 나를 해고해야 한다는 등 온갖 음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매니저의 도움으로 나는 1년간 엔지니어 진급 금지 처벌을 받고 모든 음해가 정리되었다.


그러나 거기서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새로 옮긴 창고의 각종 선반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다. 회사에 출근을 하면 톱과 망치를 들고 창고에 들어가 매일 톱질과 망치질을 하면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몇 번이고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 내가 목수를 하려고 이 항공사에 왔나?


톱과 망치를 들고 삼 개월이 지나고 아무것도 없는 텅빈 창고 안에서 홀로 삼단 선반을 만들고 문짝도 직접 만들어 경첩을 붙여서 멋진 창고로 만들어 놨다.


지금도 지나가다 잘 정리된 목재들을 보면 뭔가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흥진비래' 세상만사가 늘 좋거나 나쁠 수는 없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차례로 일어난다고 한다.


'고진감래'와 '흥진비래'는 늘 우리와 함께한다.

오늘도 멜버른 공항의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서쪽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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