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를 다루는 엔지니어는 많은 훈련이 요구된다. 업무를 하면서 항공기의 어떤 상황을 맞이해도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하고 안전하게 처리를 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아주 오래전에 국내의 모 항공사에서 외국 항공사로 이직을 했다.
외국 항공사의 항공 엔지니어 자격은 국내의 항공 정비사 자격 제도와 달라 국내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정비 경력만을 인정받아 메카닉으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국내의 항공사에서 확인 정비사로 다양한 경험을 한 나는 나름대로 항공기 정비 지식과 업무에 자신이 있었다.
항상 항공기에 정비 작업이 걸리면 같이 근무하는 엔지니어에게 내 역량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도 했다. 그런데 내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바로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수 있는 멀티 타스킹 스킬이 부족한 것이다.
항공기가 들어오면 점검 및 결함 확인 후에 수정, 기내 청소는 제시간에 이루어지는지, 연료는 제시간에 보급이 되는지, 여객부와 기내 결함에 대해 적절하게 조치하는지, 조종사와 원활하게 소통하는지, 그리고 조업사들과의 소통 문제 등을 항공기가 정시 간에 맞게 운항할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매 순간마다 잘 처리를 할 수가 있어야 했다.
국내 항공사에 있을 때는 내가 맡은 정비 분야만 신경을 쓰면 되었다.
그런데 이곳에는 국내의 다른 모 항공사에서 넘어온 엔지니어 한 분이 계셨는데 내가 입사를 하자마자 내게 다가와 친절하게 너는 항공사 경력이 있으니 엔지니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충고를 해줬다.
그리고 그 엔지니어 비행기의 도착, 점검, 결함 수정, 그리고 출발까지 모두 내게 일임을 하고 전적으로 비행기를 맡겼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문제가 생기면 나를 호되게 혼내곤 했다.
그 엔지니어는 항공기가 출발하기 전 30분 전까지 사무실에 있다가 마지막에 나와 확인 서명 만을 했다.
나중에는 그 엔지니어의 나에 대해 의존도가 점점 심해져 나도 화를 내고 엔지니어에게 몇 번을 대들기도 하며 결국에는 우리 둘의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도 엔지니어로 진급을 하게 되었다.
이미 메카닉 시절부터 계속된 항공기 핸들링 절차를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몸으로 익힌 나는 항공기를 다루는데 익숙해져서 거의 사 년 동안 단 한 번도 항공기를 지연을 시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