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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Apr 16. 2023

사흘간의 출장

항공엔지니어, 공항, 출장

오일 전에 다시금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미스터 진! 하루만 더 웰캠프공항에 와주세요. 이제 협상이 거의 마무리돼 가서 새 주인이 몇 가지 상황을 점검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것만 해결하면 될 겁니다. "


그리고 사흘 전에 조그만 배낭 하나에 티셔츠 한 장과 공항 출입증 만을 챙겨서 비행기에 올랐다.

시드니 공항에는 엄청나게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Q400 항공기는 시드니 상공의 비구름을 뚫고 한 시간 반을 날아 프로펠러의 굉음과 함께 웰캠프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브리즈번 공항에서 두 시간 반을 운전하고 온 한 명의 메카닉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 굿모닝 웨이드! 오피스에서 워크오더 받아왔죠? 공항 안으로 먼저 들어갑시다."


공항 옆에 공항직원이 게이트를 열고 우리는 안에 사무실에 들어갔다.

"웨이드 잠시만 쉬고 있어요. 워크오더를 우선 검토하고 오늘 해야 할 일중에 우선순위를 결정합시다."


우선 새로운 항공기 소유주가 요청한 항목을 살펴보고 중요한 순서대로 오늘 할 일을 정했다. 우선 항공기의 파워를 켜기 위해 GPU를 연결하고 파워 상태를 살폈다.  항공기에 파워가 연결되지 않는다. 잠시 후에 공항에서 GSE 정비사가 왔으나 결함 원인을 찾지 못했다.


"오늘 금요일이라 공항에 두 명 밖에 근무를 안 합니다.  GPU를 고치려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서 APU를 켜고 항목들을 차례로 점검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미스터 진! 어제 보낸 워크오더 모두 캔슬입니다.  다시 이메일로 워크오더를 보냈습니다.  확인을 하세요.  진의 도움이 필요해요. 이번주에 가능한 날짜를 알려주세요. "


"내일부터 휴간 데요. 이미 와 있으니 이틀 동안은 가능합니다. 오늘부터 머무를 호텔을 예약해 주세요."


그렇게 오늘까지 삼일을 예정에 없는 퀸즐랜드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브리즈번에서 온 웨이드와 낮에는 아무도 없는 공항에서 단 둘이 일하고 저녁에는 투움바로 돌아와 맛집을 찾아다녔다.

공항 근무자가 없어서 비행 편이 없는 토요일은 황당한 일도 겪었다. 토요일엔 공항 전체에 한 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오후 한 시에 사무실로 들어갔다. 미리 준비해 온 음식을 데우려고 할 때였다.


"미스터 진! 오늘은 제가 두 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합니다. 일을 더 하실 건가요? 제가 퇴근하면 공항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


"그래요? 그럼 우리도 공항에서 두시에 나가야 하나요?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더 있는데요."


" 꼭 그럴 필요는 없고요. 일을 하다가 일이 끝나기 한 시간 전에 이 전화번호로 연락을 주세요. 그럼 공항 근처에 사는 직원이 와서 게이트를 열어 줄 겁니다. 물론 직원이 오는 대가를 회사에 지불해야 합니다. ㅎㅎㅎ "

그 직원이 퇴근하고 우리는 그렇게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공항에서 단 한대의 비행기에서 오후 다섯 시까지 일을 하고 한 시간을 기다려서 공항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오늘은 그래도 한대의 퀸즐랜드 정부의 응급 헬리콥터, 그리고 리모트로 운용하는 플라잉 닥터용 터보 프롭 항공기가 한대 다녀가는 바쁜 공항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나도 Q400에 올라 시드니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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