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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Jun 24. 2023

한가한 일상

항공엔지니어,  일상, 직업

 

열풍의 사막을 떠난 지도 일 년이 훨씬 넘어갔다. 지금의 호주 날씨는 완전한 겨울로 들어섰다. 겨울이라고 물이 어느 정도의 영하로 떨어지는 온도는 아니어도 아침에는 제법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호주의 하루 근무는 참 한가하게 흘러간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집에서 조금 일찍 나와 공항까지 걸어서 출근을 한다.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쿡 리버를 따라서 공항까지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덧 사무실에 도착한다. 오늘 도착하는 항공기와 관련된 메시지를 확인하고 여유롭게 차 한잔을 마시고 단 몇 대의 항공기에 사인을 하고 보내면 된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퇴근을 다.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것처럼 이런 날들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마음은  아직도 이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 같다. 다음날 출근을 하려고 잠자리에 들면 머리는 일을 시작한다.

여러 대의 항공기들이 두바이 공항에 들어오고 바쁘게 움직이는 동료 메카닉이 내게 달려와서 말을 건다.


"미스터 진! 항공기의 Flight Control System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미스터 진! 우측에 타이어가 다 터졌습니다. "


재빨리 항공기로 달렸다.  A380  항공기의 우측 매인 바디 랜딩기어에 있는 타이어 두 개가 터져서 없어져 있고 후방에는 구멍이 심하게 난 동체가 보인다.


"빨리 타이어 준비하고 메카닉 지원 요청해. 그리고 스트럭쳐 엔지니어를 불러. 출발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항공기 3대를 그라운드에 두고 정신없이 오가면서 항공기를 관리하다가 알람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두바이의 뜨거운 열기와 두바이 공항에서 밤새 항공기를 핸들링하다 일어난다. 머리는 아직도 두바이에 살고 있는가 보다.


지난주에 두바이의 매니저가 전화를 해서 잡이 오픈이 됐으니 마음이 정해지면 돌아오란다. 그리고 어제는 절친 엔지니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메시지로 회사에서 발표한 연봉 인상자료를 보내면서 동료들이 기다린다고 돌아오란다.


어찌해야 할지 갈등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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