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이다. 거실 밖에는 주적주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 나지막이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고 아껴서 먹는 홍삼 진액을 꺼내 따뜻한 홍삼차를 마시고 가방을 꾸렸다.
일주일 전에 예약된 멜버른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 멜버른의 온도는 시드니 좀 더 춥다. 겨울 스웨터와 두꺼운 유니폼을 싸고 보니 이틀 출장이다 보니 작은 캐리어를 챙겨야 했다.
국내선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진 항공에 키오스키에서 체크인을 하려 하니 자꾸 에러가 난다. 출발시간이 40분 밖에 안 남았다. 비행기를 못 타면 큰일이다. 서둘러 프라이오리티 카운터에 가서 해결하고 멜버른행 비행기에 올랐다. 짙게 낀 먹구름을 뚫고 비행을 하는 동안 여러 번의 턴밸런스로 인해 음료 서비스를 10분도 못하고 항공기는 멜버른에 도착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저녁 식사 후에 노곤해서 잠시 눈을 붙이고 나서 사무실로 갔다. 전 동료들과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항공기 도착시간에 맞춰서 화물 터미널로 갔다.
잠시 도착 베이를 확인하고 있는 동안 익숙한 굉음을 내며 수려한 몸매를 가진 클래식 한 B747-400F 항공기가 도착했다. 오늘의 손님은 멜버른에 다른 항공기 엔진을 싣기 위해 왔다.
세 시간 동안 화물을 모두 내리고 약간의 화물들과 항공기 엔진을 싣고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항공기가 날아가면 나도 호텔로 돌아가 멜버른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시드니로 돌아간다.
클래식 손님은 아직도 장수를 누리면서 열심히 날아다니고 있다. 항공사 직원들에게 8 개월의 성과급을 안기는 항공사의 최고의 효자 항공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