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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Aug 10. 2023

삼 년을 잠 깨고 나온 A380

항공엔지니어,  A380, 항공정비


오늘은 국내의 모 항공사에서 삼 년을 잠재웠던 A380 항공기가 들어오는 날이다. 아침 해가 구름 위로 살짝 올라오며 햇살을 비출 때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롤스로이스 엔진의 특유의 소음과 함께 게이트로 들어왔다.


햇볕이 동체에 반사되어 보이는 항공기는 금방 에어버스에서 출고된 듯이 반짝거렸다.


이게 삼 년을 세워두었던 항공기 맞아?


헤드셋을 받았던 에릭이 급히 나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엔지니어입니다."


"아! APU연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APU를 OFF 하라고 메시지가 뜨는데 어떻게 할까요?"


"APU는 돌고 있죠? APU OFF 하지 마시고  브리드 스위치만 OFF 하시고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APU 잘 작동하네요. 브리드 스위치 ON 할까요?"


"그대로 두세요. 제가 올라가서 해결하죠."


바로 조종석에 올라서 항공기 상태를 살폈다.  사실 항공기는 비행 중에 다른 문제로 내게 결함관련해서 본사의 Maintenance Control Center에서 조치 절차를 이메일로 받았었다.


APU는 브리드 스위치를 ON 해 놓고 레이더 관련된 FAULT MESSAGE를 살피고 테스트를 해 나갔다.


"기장님! APU는 좋습니다. 비행 중에 APU FEED LINE에 가끔 수분이 얼수 있어서 이런 현상이 있을 수도 있어요."

연료를 공급하기 전에 레이더 관련 시스템 테스트를 먼저 해서 결함을 해결해 나갔다.  다행히도 모든 게 정상이다. 그동안 두 명의 메카닉들이 연료와 기내의 간단한 결함들을 해결하고 내게 상태를 알렸다.


삼 년을 잠자던 항공기가 이 정도면 정말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모든 상황을 해결하고 여유가 생겨서 천천히 외부를 살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엔진의 립 스킨, 그리고 원래의 회색을 유지하고 있는 슬랫표면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코로나 팬더믹 이후로 수많은 항공사들의 항공기를 핸들링하면서 항공기 상태를 봐왔었다. 항공기도 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다 보니 날아다니지 않으면 여기저기 부식이 생기고 고장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아직도 상처 투성이의 항공기들을 운항하며 많은 결함들이 발생하여 핸들링을 하는 엔지니어에게 골칫거리다.


삼 년이 넘도록 어떻게 이렇게 깨끗이 관리를 했을까?


이렇게 국내의 항공정비 관리는 세계적으로  칭찬할 만하다. 이 항공사의 어려운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오늘도 항공기는 시드니에서 두 시간을 편하게 쉬고 태풍이 몰려오는 인천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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