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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Aug 19. 2023

직업 트라우마

항공엔지니어,  트라우마, 악몽

 

우리는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전쟁 후에 전역을 하고 전쟁에서 겪은 나쁜 경험이나 쇼크로 인해서 많은 트라우마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생활하면서 어떤 자극에 심하게 반응을 하거나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때로는 정신이상이 오거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이런 일들은  전쟁터에 참여한 군인들에게 만 일어나는 줄로만 알았다.


두바이에서 호주로  돌아온 지도 일 년이 훨씬 넘어간다.  두바이에서 근무를 할 때는 하루 근무시간내에 내가 처리해야 하는 항공기 대수가 훨씬 많았었다. 동시에 여러 대의 항공기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경험 많은 메카닉 동료들과 협조하면서 항공기의 모두 실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매시간, 매 초마다 상황을 체크해야 했다. 그렇게 여러 대의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풀어내고 무사히 목적지로 날아갈 때까지 내 머릿속은 끊임없이 일을 해야 했다. 잠시 시간의 여유가 생겨서 눈을 붙이고 샛잠을 자려하면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항공기는  시간에, 저 항공기는 저시 간에, 그리고 몇 시에 연료를 끝내야 하고 몇 시에 출발을 할지 머릿속에서 순서를 정하고 두뇌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활을 6년을 하다가 작년에 호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게는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이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몸이 피곤하든 피곤하지 않든 간에 나는 항공기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는 꿈에서 많은 항공기들과 아침에 깨어날 때까지 씨름을 하다가 일어난다.  꿈에서 예전의 동료들도 만나고 갑자기 출발 준비를 하던 항공기에서 타이어가 터지고, 엔진에서 연료가 줄줄 새기도 한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항공기에 결함이 생기고 나는 고장 난 항공기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메카닉 동료들과 아침에 눈을 뜨는 그 순간까지 항공기와 씨름을 한다. 녹이 슬고 녹색의 아끼가 낀 유령 비행기에 죽은 승객들을 가득 태우고 하늘로 배웅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잊어버리려 했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거의 매일 밤 꿈에서 항공기와 씨름을 하고 있다.  꿈에서 너무 많은 항공기의 상황들을 해결하다 보니 매일 피곤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서  바쁘게 항공기와 살아왔던 순간들을 나의 두뇌가 습관으로 받아들여 이제는 트라우마처럼 내게 매일 밤 꿈에 항공기에서 일을 시키고 있다.


언제쯤 상황이 나아지려나?

언제쯤 편하게 단잠을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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