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 엔지니어 Jul 14. 2021

가난한 나라의 공항 사람들

아프리카, 공항, 항공엔지니어

가난한 나라의 공항 사람들

화물을 가득 실은 화물기에 조종사 두 명, 한 명의 로드마스터와 그리고 나를 태운 비행기가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로 날아갔다.


회색의 사우디 사막을 가로지르고 한참을 더 날아서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진 공항의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활주로에 내린 비행기는 활주로 끝까지 가서 둥근 모양의 끝에서 방향을 돌렸다.

공항에 유도로가 따로 없어서 방금 내린 활주로를 따라서 다시 움직이고 Follow Me Car를 따라 주기장에 진입을 하고 있었다.


끝에 항공기를 유도사의 신호를 따라가다 유도사가 마지막에 다른 방향을 다시 가리켰다. 다시 그곳에 다른 직원이 90도 방면으로 항공기를 돌게 하고 또 한 번 90도의 방향을 틀어 항공기 방향을 180도 돌려서 정지를 했다.


나중에 안 내용이지만 이 공항에는 대형 항공기 출발을 도와줄 토잉카가 없었다.


항공기의 카고 문이 열리고 저 멀리서 농장에서 쓰는 트랙터 한대가 카고 달리를 하나 걸고 다가왔다. 그 한대의 트랙터와 오래된 FMC(로더) 한대를 화물칸에 대고 화물의 하역이 시작되었다. 더 이상의 하역 장비가 없다.


그렇게 하역된 화물은 트랙터 뒤에 카고 달리에 실려 하역 창고를 왕복하며 화물 하역 시간이 평소보다 두 시간이 지연됐다.


항공기에는 화물 하역을 위해 지상 조업원 한 무리가 올라왔다. 그런데 올라올 때 모두들 한결 같이 손을 입으로 가져가며 마시는 시늉을 하고 내게 눈짓을 했다.


'아하! 이들이 물을 원하는구나.'


내가 갤리의 카트를 열어 물을 꺼내려하는 순간 지점의 운항 관리사가 내 손을 잡고 말렸다.


"지금 아무것도 저들에게 주지 마세요. 그럼 일 안 합니다. 주시려면 이따 화물 하역이 끝나고 주세요."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르자 아까 왕창 몰려왔던 조업 직원들의 2/3 인원이 비행기에서 떠나버렸다. 알고 보니 우리 비행기 조업 인원이 아니고 음식을 얻기 위해 우리 비행기로 왔던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다 보니 지상 직원이 갤리에서 날아오며 남은 음식들을 커다란 비닐봉지에 모두 한데 쏟아서 담고 있었다. 그런데 알루미늄 포장지체 담지 않고 음식 만을 모두 한 봉지에 담는다.


"왜 음식물을 한 군데 담지? 버리려고?"


"아니야. 이렇게 모두 싸가서 사무실에서 여러 명이 나눠 먹어."


음식 종류도 메뉴도 모두 다른데....


화물 하역이 다 끝나고 직원들이 비행기에서 내려갈 때 우리가 먹을 최소한의 간식과 물을 남기고 커다란 봉지에 담아 지상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간식이 가득 든 봉지를 받아 든 지상 직원이 땀이 흐르는 검은 얼굴에 하얀 이를 들어내고 환하게 웃었다.


"땡큐. 씨유 넥스트 타임 써."

작가의 이전글 해외에서 살아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