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야 했던 비행

엔진, 비행, 항공기

by 미스터 엔지니어

항공기가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부터 상황은 이미 좋지 않았다. 강한 바람 때문에 캔버라 상공을 몇 바퀴나 선회했고, 결국 시드니 공항에는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지상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이 지연이 단순한 날씨 때문이기만 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헤드셋 맨이 나를 부르는 순간, 그 바람은 사라졌다.


“미스터 엔지니어. 2번 엔진에 문제가 있습니다. 비행 중 엔진 오일량이 1.5까지 떨어졌습니다. 현재는 7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비행 중에 떨어진 수치는 더 그렇다. 나는 곧바로 메카닉 첸나를 불렀다.


“2번 엔진 오일 캡 열고 보급해. 정확히 몇 쿼터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끝나면 엔진 카울 전부 열어.”


엔지니어는 늘 현장에서 먼저 판단을 시작한다. 로그북보다, 매뉴얼보다,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동시에 그 모든 기록과 절차를 머릿속에서 빠르게 겹쳐본다. 그게 내가 서 있는 자리다.

조종석에서 캡틴은 비행 중 상황을 차분히 설명했다. 오일량이 최저치로 떨어졌을 때의 영상까지 보여주었다. 화면 속 수치를 보는 순간, 선택지는 머릿속에서 빠르게 줄어들었다.


“진, 항공기 다시 보낼 수 있겠죠?”


그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었다. 나에게 판단을 넘기는 말이었다.


나는 즉시 MOCC에 상황을 보고하고 승객 보딩과 연료 보급을 중단시켰다. 정비 로그북을 확인하고, 기내 결함 내용을 확인한 뒤, 매뉴얼을 출력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첸나, 엔진 어디에 오일 누수 있는지 자세히 봐.”


엔진 내부는 놀랄 만큼 깨끗했다. 리버서와 코어 카울 안쪽, 압축기부터 연소실, 터빈 섹션까지 모두 확인했지만 오일 흔적은 없었다. 외부 누수가 없다면, 문제는 보이지 않는 안쪽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나는 사진을 찍어 MOCC에 전송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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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누수는 없습니다. 아마 엔진 코어 섹션에서 오일이 배기가스와 함께 빠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출발까지 30분 남았습니다. 그라운드 시킬지, 출발시킬지 결정해야 합니다.”


정비사의 선택은 늘 시간과 함께 온다. 시간이 많다면 더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항공기는 늘 시간 위에서 움직인다. 나는 지상 직원들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MOCC의 결정을 기다렸다.

잠시 후 연락이 왔다.


“엔진 제조사 답변이 왔습니다. 우선 연료 110톤 보급하고, 직항은 어렵습니다. 중간 기착지를 정해 테크 스탑을 해야 합니다. 엔지니어가 동승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권은 있나요?”


그 순간, 선택은 끝났다.
항공기를 보내는 대신, 내가 함께 간다.

나는 연료 보급을 지시하고, 여객 지점장에게 내 항공권을 요청했다. 집에 들러 여권을 챙겨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매뉴얼도 수치도 없었다.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남아 있었다.
이 비행은, 내가 책임진다.

출발층에서 티켓을 받고 출국 심사를 통과했다.


“고생 많으시네요. 유니폼도 못 갈아입고 가시네요.”


심사관의 말에 짧게 웃었지만, 사실 웃을 여유는 없었다.


기내에 들어서자 보딩이 한창이었다. 나는 조종석으로 올라 Engineering Authorization을 로그북에 정리했다. 승객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 시선까지 포함해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뒤, 사복으로 갈아입고 이층 좌석에 앉았다. 승무원이 건넨 오렌지 주스를 두 잔 연거푸 마셨다. 그제야 갈증이 느껴졌다는 걸 깨달았다.

마지막 문이 닫혔다.

이 비행은 출발하는 순간부터 내 책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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