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 엔지니어 Jul 22. 2021

오랜만에 시뮬레이터

항공엔지니어, B777, 시뮬레이터


어제는 오랜만에 교육센터의 학과장으로 출근을 했다. 교육생은 라인과 행가 정비팀에서 온 6명의 교육생이 전부였다. 교육 내용은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B777 항공기의 엔진 런업 절차 교육이다.


요르단 출신의 교관이 많은 경험을 갖고 있어 노련하게 교육이 진행되었다. 역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오랜만에 교실에 앉아있는 내가 문제다. 왜 그렇게 졸리는지 눈꺼풀이 천근만근으로 떨어진다. 간신히 한 시간을 버티고 다행히 오전 티타임이다.


일찍 출근해서 아침밥을 걸렀기에 일 층에 있는 카페로 갔다. 그런데 전과 같이 않게 손님이 별로 없다. 카페에 있는 테이블은 코로나로 인해 테이블마다 단 한 개의 의자만 마련되어 있다. 코로나 방지를 위한 두바이 정부의 안전 수칙을 따르는 중이다.

따뜻한 차 한잔과 머핀 한 조각으로 배를 채우고 돌아왔다.


다시 시작된 교육은 그동안 알고 있던 엔진 작동에 대한 지식과 강사가 강의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내 지식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가졌다.


왜 엔진 작동을 위해 날개에 최소한의 연료를 채워야 하는지, 엔진을 런업 하기 위한 항공기의 방향의 중요성, Engine Run-up을 위한 풍속의 최대 허용 한도는 얼마인지, 그리고 항공기가 정상 운항을 하고 왔을 때 두 번째 엔진 작동 시 엔진의 진동이 심해지는 이유 등을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배웠다.

엔지니어의 배움은 계속이다.


그리고 오늘 새벽 5시에 예약된 풀 시뮬레이터를 타기 위해 회사의 직원 시뮬레이터 훈련 센터로 갔다. 오랜만에 보는 센터의 시뮬레이터들이 24시간 풀가동하고 있었다. 다행히 두 달 전에 예약하고 잡혀서 다행이다.


나와 인도인, 그리고 두바이 출신의 여자 엔지니어와 교관이 함께 시뮬레이터에 탑승하고 문을 닫고 승교를 분리했다.


우선 엔진을 돌리기 전에 조종석과 지상의 상태에 대한 안전 체크리스트를 따라 점검을 해 나아갔다. 체크리스트 절차를 끝내고 한 명은 캡틴 석에 앉고 두 명은 부조종석과 옵서버 석에 앉았다. 캡틴석의 엔지니어가 엔진 런업 절차를 수행하며 부조종석의 엔지니어는 보조하며 돌아가며 런업 절차를 연습했다.


엔진 전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엔지니어가 정확하게 안전 절차를 따르는지, 상황에 맞는 결정과 엔진 작동을 위한 엔진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이 교육의 목적이다.

그렇게 돌아가며 각각의 엔지니어가 연습했다. 뒤에서 교관은 엔진과 항공기의 실제 엔진 작동 시에 보기 힘든 결함 상황을 만들어 주고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한 명 씩 돌아가며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두 번째로 캡틴 석에 앉아 엔진의 최대 성능을 확인하는 절차를 수행하기 위해 두 엔진을 N1을 거의 Take off 파워까지 올리고 있었다.


항공기가 곧 이륙할 것 같이 동체가 심하게 흔들린다. 나와 다른 엔지니어가 엔진의 각 Parameter를 집중하고 있는데 밖을 보니 항공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항공기의 Parking brake가 고장이다. 즉시 엔진의 스로틀 레버를 Idle로 줄이고 브레이크 페달을 최대로 밟았다.


항공기가 멈추고 있는데 우측 엔진에 화이어 핸들과 마스터 스위치에 빨간 경고 등과 경고 음이 울렸다. 우측 엔진에 화재를 확인하고 엔진 Master switch를 껐는데도 화재 진압이 안 된다.


조수석의 엔지니어에게 타워를 접촉하고 소방차를 요청하는 사이에 나는 Fire handle을 당겨 우측으로 돌려 Fire bottle을 터트렸다. 그래도 소화가 안 된다. 다시 왼쪽의 Fire bottle을 터트렸다. 그리고 엔진의 화재는 소화되었다. 그렇게 몇 개의 테스트를 더 통과했다.

작가의 이전글 네팔 어린이들의 학교 가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