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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Jul 25. 2021

양복 하나 달랑 들고 미국으로

도전, 해외취업, 항공엔지니어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아주 오래전 젊은 시절 국내의 모 항공사에 근무할 때의 이야기다.


말단으로 입사한 회사 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비록 당시에 귀한 항공 정비사 자격을 가지고 입사를 했다.  자격증을 갖고 있어 바로 확인 정비사로 생활을 했지만 직급이 말단인 관계로 차츰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무조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고 막연하게 해외 취업을 하고 싶었다.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미국에 Aircraft Mechanic을 구하는 광고를 보면 영문 이력서를 만들어 응시하고 기다렸다.


미국의 FAA 검사관이신 지인의 도움을 받아  FAA A&P Mechanic 자격증도 취득하고 있었다. 그렇게 100번도 넘게 응시를 해도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고 있을 때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던 미국의 지인께서 연락을 주셨다.


“JH! 로스앤젤레스의 정비 회사에서 메카닉을 구하는데 한번 응시를 해봐. 내가 잘 말해둘 테니.”


'그래 가보자.'


즉시 영문 이력서를 다시 한번 수정을 하고 이메일로 그 미국의 정비 회사 부사장에게 이력서를 첨부하여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부사장으로부터 답장이 도착했다.


"미스터 김, 인터뷰 약속 날짜를 정하세요.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공항의 본사로 오세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약속한 날짜에 맞춰서 할인 티켓을 구매하고 휴가를 신청했다. 회사의 팀장은 평소처럼 여행을 가는 줄 알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휴가를 승인해주었다.


한 손에는 세탁소에 맡겨 말끔하게 손질된 양복 한 벌을 손에 쥐고 등에는 배낭을 메고 로스앤젤레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까지 열 시간을 넘게 걸리는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예상 질문에 영어로 답을 암기하고 또 암기했다.


당시에는 사실 영어가 그리 수월하지도 않았고, 기본 회화 정도만 가능했었다. 그러나 나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회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간절했다.


미국에 도착하여 배낭여행자 숙소인 호스텔의 도미토리 룸에 짐을 풀고 정비회사의 부사장에게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인터뷰 약속을 했다.


다음날 약속한 시각에 맞추기 위해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공항행 기차를 타고 로스앤젤레스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서 전화하니 회사의 부사장이 직접 차를 몰고 나와 나를 픽업하고 사무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부사장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인터뷰를 봤다. 편안하게 경력을 설명하니 FAA 검사관이 추천을 해줘서 꼭 만나고 싶었다고 하며 편안하게 면접을 봤다. 면접 후에 따뜻하게 대해주는 부사장의 느낌이 나쁘진 않았다.


그렇게 부사장과 헤어지고 전철을 타고 공항을 나와 그 유명하다는 롱비치 해변으로 가서 여행자 모드로 돌아다녔다. 어느덧 저녁이 되고 할리우드 거리도 걸어 다니며 열심히 구경했다. 저녁 9시가 넘어서 간단히 햄버거를 먹고 호스텔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학생으로 보이는 흑인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봐요!  당신 미쳤어? 당신 제정신이야? 그런 차림으로 이 시간에 동양인이 혼자서 지하철을 타다니? 우리 흑인 나쁜 사람 만들지 말고 당장 다음 역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


“왜 그러는데?”


“이 칸을 둘러봐. 당신 말고 다른 동양인이 있나? 그리고 그 복장도 그렇고. 여기 누군가는 당신을 강도질하려고 노리는 사람이 있어. 괜히 우리 흑인 범죄자 만들지 말고 빨리 호텔로 돌아가. 그리고 돌아갈 때 절대로 뒷골목으로 가지 마. 위험해”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돌아보니 정말 나 밖에 유색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바로 다음 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며칠을 더 머물며 로스앤젤레스의 구석구석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참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시절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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