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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Jul 27. 2021

인생의 아주 소중한 인연

인연, 인생, 항공엔지니어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삶에 갈림길에 서서 고민할 때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나 해결이 되기도 한다. 이런 우연한 만남이 여러분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한다.

나에게도 몇 번의 이런 인연들을 만나 나의 삶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


내 나이 20대 중반에 만난 나의 소중한 분에 관한 이야기이다. 25년 전에 국내의 모 항공사에서 항공 정비사로 얼마 안 되었을 때 우연히 만난 미국의 FAA Inspector인 ‘짐' 이란 분이다. 짐은 그때 미국 화물기 항공사에 매년 Line Auditor로 오셨는데 마침 내가 그 항공기에 정비 지원을 나갔었다.


 항공기가 들어오고 Work Around Check를 하는 데, 저 멀리서 흰색의 머리에 말끔한 복장의 미국인 한 명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마침 그때 미국에 FAA A&P Mechanic 자격에 관심이 있어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짐은 그때 그 항공사의 Inspector로 나온 것이다.


내가 먼저 “Hello! How are you?” 하고 FAA 시험에 관한 내용을 묻는 계기로 알게 된 인연이다. 그렇게 나는 짐의 도움으로 미국에 시험을 보러 가고, 앵커리지에 머무는 동안 짐의 집에 머무르고,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모든 절차를 도와주셨다.


그게 인연이 되어 짐은 젊은 나를 아들처럼 여기시고, 모든 지원을 해 주셨다. 매년 한국에 검열을 위해 들어오시면 우리 아들 선물도 꼭 잊지 않으시고 챙겨 오셨다. 나 또한 그분이 오시면 항상 시간을 내 가족과 함께 여행도 시켜 드리고 계속 인연을 이어 갔다.


짐은 나의 길을 열어 주시려고 3번을 미국에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도와 주려 하셨다. 앵커리지에 부시 조종사 교육과 조종사 자리를, 항공사에 메카닉 자리를, 그리고 LA에 항공사에 정비사 인터뷰 자리까지 만들어 나를 미국에 초청해서 인터뷰까지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용기가 없었고 영어도 부족하여 그 자리를 갈 수가 없어서 미국에 이민을 가진 않았다.


짐은 그래도 계속해서 나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내가 널 위해 미국에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하고 신경을 써 주셨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짐은 은퇴를 하시고 연세가 드셔 80세가 되었다. 어느 날 안부 차 앵커리지를 방문하고 전화를 드렸는데 아내분이 전화를 받으셨다.


“짐이 지금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있어요.”

나는 바로 병원으로 갔다. 짐이 갑자기 심정지가 와서 응급실에 가서 심장 수술을 하셨다고 한다. 병상에 누워 힘없이 나를 보시면서 “언제 미국에 와서 살래?” 하시면서 내 손을 꼭 잡으셨다. 그렇게 3일을 병원에서 짐과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짐은 회복하고 일반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계셨다.


몇 년이 흐르고 우리 가족이 호주에 이민을 가서 정착하고 살 무렵에 다시 짐에게 안부 전화 인사를 드렸다. 역시 아내분이 전화를 받아 중간에 짐과 통화를 하였다.


짐의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진혁아! 내가 이제 너를 볼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구나. 네가 보고 싶구나!”


전화를 끊고 아내와 상의하고 즉시 우리 가족 모두의 앵커리지행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

우리 가족의 비행기 티켓 값만 만 불을 지불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거의 36시간을 날아 덴버, 시애틀을 거쳐 앵커리지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차를 빌려 짐을 찾아갔다.


이젠 제대로 걷지도 못하셔서 부축을 받으며 우리 가족의 방문에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우리 가족의 방문에 옆에 계신 친구분에게도 우리 가족을 소개하시면서 호주에서 본인을 보러 이 먼 곳으로 우리 가족이 왔다고 자랑을 하셨다. 내 아들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20년을 넘게 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앵커리지에서 2주간을 짐과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내고 마지막 돌아오는 날에 아내분이 우리 가족이 먼 길을 방문해서 고맙다고 앵커리지 문화 홀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예매하고 초대해주셔서 같이 관람하고 다음 날 아침에 호주로 돌아왔다.


호주로 돌아온 후에 차마 겁이 나서 연락을 안 드리고 있다. ‘나 자신이 슬퍼 질까 봐!’


짐은 우연히 만나 나의 인생을 바꿔 주신 아주 소중한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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