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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Aug 20. 2021

아프리카에서 모래폭풍을 만나다.

모래폭풍, 아프리카, 항공엔지니어

사우디의  광활한  모래사막을 건너 세 시간을 넘게 날아가고 있었다.  3만 5천 피트 상공으로 순항을 하던 B777 항공기가 목적지 공항으로 드디어 하강을 시작했다. 옵서버 석에 앉아 PFD에 띄워진 Radar의 빨간 부분이 전방 50 노티컬 마일에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역시 조종사는 Heading을 다음 Way point에서 약간 틀어 설정을 하고 만 오천 피트로 고도를 세팅했다.


전방에 회색 구름이 두껍게 깔려있다. 카툼 공항의 타워에 착륙 허가를 받은 항공기는 만 오천 피트를 다시 3천 피트로 설정하고 회전을 하며 내려갔다. 항공기가 공항의 로컬라이저를 타고 내려가는데 전방이 너무 안 보인다. 회색인지 황색인지 알 수 없이 활주로가 안 보인다.


영국인 기장은 능숙하게 500 피트에 진입하고 있었다. 로컬라이저의 다이아몬드 표시가 정확하게 중앙을 타고 들어가는데 활주로의 센터 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공항에 활주로의 측면으로 측풍이 심하다. 항공기의 착륙하는 고도가 200 피트가 될 때까지 항공기는 크랩 랜딩으로 기수가 활주로에서 벗어난 상태로 랜딩을 하는데 역시 기체가 많이 흔들리고 있었으나 스무스하게 활주로에 착륙을 했다.


항공기는 안전하게 활주로에 내렸으나 이 공항에는 따로 택시 웨이가 없다.  단일 활주로를 가진 조그만 공항이다. 조종사가 타워의 지시를 받아 활주로의 끝에 동그랗게 만들어진 곳에서 항공기 기수를 180도 돌려 활주로를 따라서 착륙 주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밖을 보니 황색의 모래폭풍이 공항 전체를 덮었다.


황색의 모래 바람이 영화에서나 봄직한 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 캡틴 앞에 조심해!" 하고 내가 캡틴을 불렀다.


활주로의 측면에서 뿌리가 뽑힌 커다란 풀인지 나무인지 모르는 커다란 두 개의  뭉치가 데굴데굴 굴러와 활주로의 중앙선 근처에 멈춰 항공기를 막아버렸다.


캡틴이 즉시 타워를 불러 공항의 Safety Car를 불러 나무 뭉치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하고 항공기를 멈췄다.


그런데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강한 모래폭풍이 불더니 이 커다란 뭉치들을 다시 굴려서 활주로 옆으로 치워버렸다.


장애물이 제거된 항공기는 공항의 Safety Car가 오기 전에 다시 움직여 Follow Me Car를 따라 지정 베이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밖에는 아직도 엄청난 모래폭풍으로 물건들이 굴러다니고 황색의 모래바람이 항공기 주변에 날아다니고 있었다.


항공기는 잠시 대기하다가 스텝카를 연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종석 창문에 커다란 빗방울이 떨어지며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승객들은 곧 항공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십 분도 안되어 장대비도 바로 멈추고 모래 바람도 사그라졌다.


붉게 물든 석양을 마지막으로 감상하고 두바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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