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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엔지니어 Aug 17. 2021

VVIP와  특별한 비행

Flying Duty, 카불, VVIP



항공사에 근무하면 가끔은 색다른 비행을 하곤 한다. 작년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Flying Duty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인 카불로 출발하기 위해 유니폼을 입고 아침 일찍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고 DXB 공항 3 터미널에 직원 카운터로 갔다.
일단 GD (승무원 명부)를 받아 승무원을 확인하니 프랑스 출신의 기장과 로컬 부기장, 파키스탄 출신의 보안요원과 나였다. 비즈니스 카운터에서 늘 배정되는 6A 좌석을 배정받았다.

오늘의 비행에는 VVIP 손님이 탑승하기로 되어있다. 비즈니스석 전용 버스에 손님이 없이 나만 타고 비행기가 있는 리모트 베이로 이동하여 비행기에 올라 사무장과 조종석의 승무원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이코노미 탑승이 끝나고 조금 후에 가드로 보이는 수행원을 동반한 하얀 수염의 VVIP 손님이 BMW 리무진을 타고 도착하여 기내에 탑승하고 바로 옆 복도 쪽 자리에 앉았다.
‘ VVIP 손님이 누굴까?’

B777 항공기가 두바이 공항을 이륙하여 멀리 좌측에 버즈 칼리파 건물이 보이며 상승을 시작했다. 비행기가 바다 한가운데 들면서 순항 고도에 오르고 좌석 벨트 사인이 꺼졌다. 이제 움직일 수 있다.

갑자기 주위가 어수선하다. 그 VVIP 손님의 수행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사무장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나서 사무장이 이코노미석 쪽으로 향했다.

잠시 후 한 무리의 스포츠 유니폼의 젊은 사람들이 비즈니스 공간을 꽉 채웠다.


‘무슨 일이지?’ 하고 있을 때 그 중년의 흰 턱수염을 한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다. 그러자 그 손님이 젊은 손님들에게 모두 악수를 하고 가볍게 포옹을 하면서  무슨 말을 주고받는다. 사무장이 내게 귀띔을 해줬다.


“저분은 아프가니스탄의 부통령이고  젊은이들은 크리켓 국가 대표 선수야. ”


알고 보니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이 크리켓 국제 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 귀빈 손님과 함께 돌아가는 길이었다. 귀빈 손님은 아프가니스탄의 당시 정치계의 이인자인 부통령이었다. 그날 비즈니스석에는 그 귀빈 일행과 오직 나만 탑승하고 있었다.



조금 후에 모두 모여 사진을 찍고 선수들은 다들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다.


 ‘한 나라의 부통령인데 같이 사진이라도 찍을까?’


그 부통령과 눈이 마주쳤을 때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미소를 보냈다. 그분이 오라는 손짓을 해서 옆자리에 앉아 같이 사진을 찍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풍기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정하고 인자함이 풍기는 그런 사람 같았다.


 “ 지금 국가 대표 선수들 격려 차원에서 두바이에 갔다 오는 중입니다.”라고 부통령이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왔다. 내 옆자리는 그의 수행원 중 한 사람이 앉아 있어서 물어봤다.
“왜 부통령이 전용기를 안 타시고 여객기를 타고 다니시죠?”
수행원이 이렇게 말했다. “ 부통령은 국민의 신망을 받는 부통령으로 실질적 이인자인데 대통령 전용기가 있어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항상 여객기를 타고 다닙니다.”
어느덧 비행기가 공항 근처의 거대한 바위산을 돌아 엄청난 수의 군용기들이 가득 찬 카불 공항에 도착했다. 보통 탑승교가 바로 연결되는 데 그날은 스텝카가 연결되고 빨간색의 카펫이 깔리고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비행기 주변의 호위를 받으며 부통령이 먼저 내리고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나중에 탑승교가 연결되고 승객들이 내렸다.


카불 공항은 위험해서 우리 승무원들도 체류 없이 바로 돌아오며 항상 보안요원이 같이 탑승하고,  비행기 출입 시 보안 검색을 철저히 수행하며 탑승교는 손님 탑승 시만 연결된다.
그렇게 특별한 귀빈 손님과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두바이로 돌아왔다.

그때의 귀빈 승객이 차후에  아프가니스탄의 압둘라 압둘라 또다른 대통령이 되었었다
내겐 참으로 특별한 비행으로 기억된다.

이틀전에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이 될때 현 대통령은 현금을 챙겨 해외로 도주를 했다.

그러나 이분은 카불에 남겠다고 하고 도망을 선택하지 않았다.

무사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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