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 엔지니어 Jun 23. 2021

50도의 환경에서 일해 본 적이 있나요?

중동의 항공 엔지니어 여름


이제 두바이도 한여름을 향해 가고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과 온풍기의 열풍이 문만 열면 훅하고 들이닥친다.

밖에 나온지 일 분도 안돼서 땀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여름의 공항 램프에서 생활하는 근무 환경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대한민국의 남자로 군대를 다녀왔다면 군대가 얼마나 싫고 진저리가 치게 싫은지를 얘기하곤 한다. 중동의 여름은 그 이상 아니 지옥이다.


평균 기온 45~50도를 매일 오르내리는 환경에서 근무를 해 본 한국에 항공 정비학과 교수님들이 계실까?


지금부터 중동의 항공 정비사 (메카닉, 엔지니어)의 근무 환경에 대해서 한 치의 거짓말도 없이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엔지니어의 중동에서 근무 환경을 설명하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라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자격증 제도를 따른다. 그래서 항공 정비사 자격을 가진 자는 직접 항공기를 정비하고 본인이 확인 사인을 하는 제도로 사막의 열기와 공항 아스팔트의 열기를 몸으로 맞으며 아시아의 필리핀, 인도 등의 나라에서 온 항공정비사들이 대부분이다.


다음으로 우리에게 오일 부자의 나라로 알려진 아랍에미레이트와 카타르의 항공 정비사 (Mechanic:메카닉, Licensed Aircraft Engineer:엔지니어)의 근무 환경을 설명하자.


우선 이 두 나라의 항공 엔지니어 자격제도는 예전에 영국의 식민지 시절의 영향으로 유럽의 EASA 자격제도를 따른다.

그래서 항공 엔지니어와 메카닉의 두 단계로 확실하게 나누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항공 엔지니어(LAE)는 항공사에 입사를 할 때 정비 공구 (Tool)가 필요하지 않다. 아니 공구 자체를 아예 다루지를 않는다.


항공 엔지니어로의 정비 경험을 가지고 메카닉을 감독하여 정비를 수행하고 최종에 시스템 테스트 정도만을 수행하고 항공기 로그 북에 확인 서명을 하기 위한 직업이다.


근무를 시작할 때 노트북 한 대와 에어컨이 빵빵한 4륜 구동의 자동차가 배정이 되어 항공기를 돌아다니며 차를 마치 사무실처럼 이용한다.


즉 공항 램프의 온도가 40이 되든 50도가 되든 차에서 시원하게 앉아 항공기를 관리한다.


메카닉의 경우는 근무 환경이 정말 열악하다. 우선 메카닉은 항공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커다란 공구박스를 챙겨서 업무가 배정된 램프 내의 항공기 주기장으로 셔틀버스를 이용해 이동을 한다.

메카닉은 출발 주기장에서 대기할 곳도 없이 몇 시간이든 대기를 해야 한다.


대기의 온도가 50도가 되면 램프의 아스팔트에 복사열로 실제 체감 온도는 50도 그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여러분이 이 온도를 체험하고 싶다면 목욕탕의 50도 사우나실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체험해 봐라.


나는 램프에서 정비 작업이 발생하면 메카닉에게 정비 지시를 위해 몇 분 밖에 서 있는 것도 정말 힘들어한다.


만일 사정이 안 좋아져서 내게 메카닉 업무를 보조를 하라 하면 난 바로 사표를 내고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 근무하고 있는 메카닉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10년 이상을 버틸 수 있을까?


그건 그만한 이유가 당연히 존재한다. 이곳에 경험이 많은 메카닉들이 본국에서 나와 중동에 와서 엔지니어도 아닌 메카닉으로 일하는 것은 바로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가능하다.

적게는 10배에서 30배까지 본국에서 받던 연봉을 더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극한의 환경에서도 잘 버티며 메카닉들이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 나라에서 메카닉으로 오는 경우는 아무도 없다. 그만큼의 메리트도 없고 가치도 없다. 한국의 최저 임금을 받고 여러분이 중동의 열풍 아래서 일 할 수 있을까?


가끔 차 안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를 살펴보기 위해 주기장 밑에서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 놓고 대기를 한다.

밖에 메카닉이 그늘도 없어 햇볕을 피해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 메카닉을 차로 부른다. 그럼 메카닉이 차에 들어오지 않고 내게 말을 한다.


그렇게 잠깐 차 안에 에어컨을 맞다가 밖에 나가게 되면 열쇼크를 받아 넘어갈 수가 있다고.


어제 누군가가 내게 알려왔다. 한국의 어느 교육 기관에서 아랍에미리트에서 OJT(정비 실무 교육)를 주선하겠다고 한단다.


그걸 주선 한 분에게 한번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중동에서 한여름에 밖에서 30분 이상 버틸 수 있냐고?


중동에서 정비 실무 교육 절대로 절대로 꿈도 꾸지 마라. 학생들이 죽을 수도 있다.


참고로 여기 항공 정비사들이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일 년에 몇 명씩 사망한다.

작가의 이전글 외국 기준의 항공기 한정 교육 차이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