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 엔지니어 Oct 06. 2021

천사 할머니와 중년의 여인

할머니, 여인, 인생


도시의 허름한 기찻길 옆에 허름한 집에 사는 칠십이 넘은 할머니가 살고 계셨다. 여러 명의 자녀들이 이미 장성해서 혼자 방 두 칸의 다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지붕에 비가 새지 않도록 반쯤은 천막을 만드는데 쓰는 비닐로 덮어 논 집이다.


할머니는 생활비라도 벌어 볼 요량으로 방문이 밖으로 향해있는 방에 월세를 놓았다. 그리고 며칠 후에 자녀 셋을 둔 어떤 중년의 여자가 자녀들을 데리고 방에 이사를 들어왔다.  


중년의 여자는 거의 성인이 다 되어가는 자녀들을 보살피기 위해 아픈 몸을 끌고 새벽부터 자정이 되어가도록 식당으로 일을 나갔다. 그리고 자정이 되어서 돌아오면 자녀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 놓고 밀린 빨래를 하고 새벽 두 세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이를 아는 두 명의 자녀들은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중년의 엄마에게 손을 벌리고 놀고 있었다.


주인집 할머니는 중년의 여인이 아파서 일을 나가지 못해 월세가 밀려도 세입자를 재촉하지 않았다. 세입자의 자녀들이 불편하지 않게 자신의 방도 내주고 따뜻하게 군불을 때논 공간도 내어 주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은 가난이 싫다며 닥치는 대로 막노동을 해서라도 중년의 어머니를 도우려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얼마 후에 둘째 아들은 성년이 되어 군에 입대를 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 기찻길 옆 동네에 정부의 재 개발 계획이 발표되었다. 모두들 보상으로 집주인에게는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지고 세입자에게는 임대주택 입주권이 주어진다고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만 세입자의 망나니 아들이 돈이 필요해서 할머니 물건에 손을 대다 발각이 되어버렸다. 대로한 할머니는 세입자 여인에게 같이 살 수 없으니 집을 비우라고 소리를 쳤다.

집을 비우는 날 할머니는 여인을 불러 앉아서 이야기를 했다.


집은 비우고 재개발이 다 확정 나기 전에는 주소를 옮기지 말라고..


"내가 그 집 열심히 사는 둘째 아들을 봐서 아파트 입주권이라 챙겨 주려고.."


그렇게 중년 여인의 가족은 할머니 집에서 나오고 말았다.


마침내 재 개발 계획이 확정이 되어 주민의 거주 확인 조사를 끝날때까지 할머니는 건넌방을 비워두고 있었다.  거주 조사원에게 세입자 가족이 일하느라 지금은 모두 나가고 없다고, 아직 살고 있다고 해서 중년 여인에게 임대주택 입주권을 챙겨줬다.


그러나 할머니는 정작 보상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했다. 할머니 큰 아들의 사업을 위해 아들이 할머니의 거주지 주소를 오래전에 옮긴 게 밝혀졌다.

중년 여인의 둘째 아들이 군 생활을 하며 열심히 저축해서 나온 돈으로 임대 아파트에 온 가족이 입주를 했다.


중년 여인과 아들을 할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 기찻길 옆 집에 방문을 했지만 집은 이미 다 철거가 되었고 동네 주민으로부터 큰 아들 집으로 들어갔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 년의 세월이 흐르고 중년 여인은 임대 아파트에서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오른 아파트 값을 치를 수가 없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갔던 불쌍한 중년의 여인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할머니의 슬픈 이야기이다.

작가의 이전글 항공 산업의 발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